[기자수첩]지역판 '배달의민족' 빛 좋은 개살구 될라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해 다퉈 공공배달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민·관 협력 방식으로 광고와 입점비 없이 2% 이하의 낮은 수수료로 운영하는 만큼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자수첩]지역판 '배달의민족' 빛 좋은 개살구 될라

이미 운영을 시작한 지자체부터 준비 단계에 있는 곳까지 모두 포함하면 전국 30여곳에 이른다. 전국에서 '배달앱'이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 소상공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의 수수료가 10%대로 높은 것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다만 지자체판 배달앱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대형 배달앱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배달앱은 수수료가 높은 대신 자체 이벤트나 쿠폰, 할인행사 등 마케팅을 적극 전개할 수 있다. 또 지역별 영업망을 통해 소상공인의 적극 가입이 이뤄진다. 적극 이뤄지는 마케팅은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되고, 소상공인은 높은 수수료임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대형 배달앱을 선택하게 된다.

지자체가 만드는 배달앱은 대부분 낮은 수수료로 시장에 참여할 민간 기업을 선정한 뒤 지역화폐 등과 연계하거나 광고·홍보를 지원하는 수준이다.

지역화폐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지자체 배달앱으로 끌어오기에는 마케팅 한계가 있다. 이용자를 늘리지 못하면 소상공인으로부터 외면 받고 거래가 줄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한 업체는 3개월 동안 앱 다운로드 1만건, 회원 8000명, 거래액 7000만원 수준으로 운영비를 걱정하고 있다. 운영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가 만든 '배달특급'은 지자체 배달앱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화성·파주·오산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배달특급은 회원 18만명, 소상공인 가입 3만9000건, 한 달 거래액 35억원을 달성하는 등 성장세에 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지역 배달앱을 운영할 경기도주식회사를 만들고 소상공인에게 100만원 상당의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단말기를 설치해 주는 등 지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를 버텨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지역판 배달앱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운영은 허약한 민간업체에 맡겨 놓고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왕 시작했으니 적극 행정으로 지역판 배달앱을 지원, 소상공인의 힘이 되길 바란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