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지난 4년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남북정상이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남과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하기도 했다. 장밋빛으로 물들었던 남북관계는 하노이 북미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경색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6월 북한이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권의 명운을 걸었지만,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북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경제 제재가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인식하고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처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에 충실했다.
정권 초반에는 문 대통령 노력이 빛을 발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도발에 일촉즉발의 위기를 벗어났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움직이자 남북관계는 빠르게 진전됐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남한을 방문했고, 4~5월에는 한 달 사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9월에는 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시민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김 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였던 북미관계도 순조롭게 흘러갔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두 차례 정상회담, 문 대통령을 포함한 깜짝 판문점 3자 회동을 통해 우리 대북정책에 속도감을 더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정부 최대 치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하노이)이 노딜로 끝나고 북미관계가 얼어붙어면서 남북관계도 경색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탈북단체 대북전단을 이유로 정부는 물론 문 대통령에게까지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결국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이르렀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현재 남북관계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피해 남북협력을 추진하려해도 북한이 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의 대북 스탠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우리 정부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을 미국에 맞춰 변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급기야 미국의 대중 안보전략인 '쿼드 플러스' 참여를 고심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간 미중 무역분쟁 속 우리 정부는 균형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이 역시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영향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읽힌다. 황지환 시립대 교수(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는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서울은 바이든의 대북 접근에서 희망을 본다'는 제하 기고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