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디지털 우선'을 원하는 임원이 69%이고, 정보기술(IT)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94%라고 발표했습니다. 2025년까지 경쟁자를 능가하는 변혁을 요구하는 비율이 40%입니다. 팬데믹 시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경쟁자와 다르게, 더 강력하게 디지털 전환 계획을 세워야할 때입니다.”
이경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는 전자신문 주최, 한국CIO포럼·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 공동 후원으로 10일 온라인 개최된 'CIO서밋 2021' 토론에 참석해 이 같이 강조했다.
CIO서밋은 12년간 이어온 국내 최대 규모 최고정보책임자(CIO)와 IT관련 종사자 대상 행사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올해 행사 주제는 '팬데믹, DX(디지털전환) 전략을 혁신하라'다.
◇코로나 이후 고객·경쟁사 모두 변해
코로나19 이후 삶과 생활방식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올 초 열린 CES 2021에서 다뤄진 6가지 주제 가운데 공통점은 코로나19로 인해 고객 삶이 변하면서 모든 디지털 기술혁명이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기업마다 고객을 대하는 관점과 경쟁사와 경쟁 방식도 바뀌었다.
문성진 교보생명 DT지원실 디지털테크놀로지담당(상무)은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구매방식에 변화를 요구받는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와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요구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고객이 늘어 이를 보험 상품에 적용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상무는 “오픈라인 채널 의존도가 높던 전통적 보험영업도 코로나 이후 비즈니스 모델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야하는 형태로 변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래 비대면과 온라인에 강한 빅테크 기업이 기존에 성공한 플랫폼 기반 하에 금융업으로 진출하고 있어 기존 경쟁구도와 판이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고 덧붙였다.
유통시장도 비대면 문화 속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경쟁구도가 재편된다. 오프라인 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온오프라인 경쟁이 뜨겁다.
김남혁 GS리테일 IT부문장(상무)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우리나라 유통업계 온라인 침투율을 3∼5년 앞당겼다”면서 “오프라인 유통 업계도 지난 몇 년간 온라인 투자를 강화했고 아직 온라인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않아 온오프라인간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상무는 “GS도 온라인 강자인 GS홈쇼핑과 오프라인을 대표하는 GS리테일이 합병해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어떻게 낼지 고민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전환이 곧 공공·기업 경쟁력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더욱 탄력받는다. 공공, 기업마다 디지털 전환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각오로 임한다.
GS리테일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에 주목한다. 김 상무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이커머스가 급성장을 이루고 다수 오프라인 시장이 어려웠지만 오프라인 대명사인 월마트는 수년 전부터 추진한 디지털 전환 덕에 지난해 엄청난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GS리테일도 팬데믹 이전부터 점진적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했고. 전국에 보유한 1만5000여개 편의점 오프라인 매장을 어떻게 디지털화 시킬 것이냐에 주력한다”면서 “우리동네 딜리버리, 무인점포·셀프 결제, 와인25, 박스25 등 오프라인 자산에 온라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에 한층 속도를 낸다. 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카카오톡, 네이버 등 많이 사용하는 채널을 통해 안내하는 '국민비서' 서비스를 준비한다. 행정기관이 보유한 본인의 정보를 국민이 직접 전송·활용하는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도입한다.
서보람 행정안전부 국장은 “국민은 디지털을 통해 편리하게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지원하고, 공무원 대상으로는 데이터와 모바일을 활용한 업무방식 전환을 추진한다”면서 “정부 혼자 국민 대상 여러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은 어렵고,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과 협업해 정부 서비스 방향을 전반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문 상무는 “보험 가입과 지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모델을 개발해 AI 엔진 '바로'를 직접 개발에 적용 중”이라면서 “업무에 적용해 자동 심사율이 40%에 이르고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모델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규 사업과 서비스 개발에 노력한다”면서 “클라우드 활용과 외부 기술력 있는 제품 도입 등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인재 채용과 스타트업 양성 등에도 주력한다”고 덧붙였다.
◇CIO·CDO 역할도 변한다
디지털 전환이 정부와 기업의 핵심 요소가 되면서 CIO와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역할도 바뀐다. 서 국장은 “지난해 데이터기반행정법이 만들어지면서 데이터에 기반해 일하는 과학행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공공 CDO가 데이터 기반 행정을 위해 조직 전체에 데이터를 근거로 일하는 관점을 만들고 데이터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택트 시대일수록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민간분야 서비스도 디지털 시대 취약계층을 포용해 같이 고민하고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상무는 “CIO와 CDO는 이제 회사 IT 인프라 지원 부서에 머물지 않고 기업에 혁신을 불어넣는 조직을 이끄는 직책이 됐다”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애자일한 개발 방법이 적용되는 문화를 조성하고 능력있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에도 주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 전환은 회사 역량만으로는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 아이디어 발굴, 검증, 실행 등 디지털 전환과제 추진 과정에서 적합한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CIO와 CDO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