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배터리 소송 판결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다. 양사는 배터리 분쟁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합의금 차이가 조 단위에 달할 정도로 간극이 큰 만큼 LG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최근 미국 ITC 최종 결정과 관련한 입장 정리에 나섰다고 11일 밝혔다.
이사회는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이 ITC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대응 과정 등을 검토하고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 등으로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한 SK 측 영업비밀 침해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다.
위원회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내부적으로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를 재정비하고 외부 글로벌 전문가를 선임해 2중, 3중의 완벽한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 미국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분야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은 규제 기관의 정책과 요구 사항, 업계 표준·보안 표준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합의금 액수 등 협상 조건 수위에 대한 두 회사의 온도 차가 크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밝혔다.
최우석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대표감사위원은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향후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도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판결 이후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당시 구체적인 협상 조건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곧 양사 견해차가 드러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5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SK측이 제시한 합의금이 자사가 원하는 금액과 조 단위의 차이가 난다고 밝힌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추가 검토 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빠른 시일 내 대덕 배터리 연구원 등 현장을 방문해 현안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