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1년]차기 정부에 바란다<결산 좌담회·끝>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대비할지가 중요 기준
적재적소에 전문가 투입해 일자리·부동산 문제 풀어야
보궐선거 결과 따라 대선 구도 크게 요동칠 것
LH논란, 보궐 땐 '태풍' 대선엔 '미풍' 수준 전망

[대선D-1년]차기 정부에 바란다<결산 좌담회·끝>

2021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임기도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선을 통해 20년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한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야당은 문재인 정부 실정을 집중 공략하면서 차기 대선 승리를 겨냥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지지율 1위 등극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 들어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함께 무너진 민생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경색된 남북관계, 변화를 맞은 한미동맹과 살얼음판을 걷는 한중·한일관계 해법도 찾아내야 한다. 공정도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공정을 기치로 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오히려 공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선 과정에서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전자신문은 여야 거물급 정치인과 학계와 언론을 넘나들며 활발한 정치평론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치전문 교수를 초청해 내년 대선 향방과 차기 정부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상철 경기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

◆보궐선거, 여당 악재 속 투표율이 관건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부장)=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이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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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더불어민주당 의원)=기본적으로 이번 선거 원인을 제공한 것이 여당이다. 정부여당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불리한 선거다. 하지만 최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오차 범위까지 접근한 것을 보면 막상막하 수준까지 왔다고 본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잘 보급돼 있어 정치의식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 부산시민은 높은 정치의식 수준을 가지고 있다. 서울, 부산시민은 그간 많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 삶을 누가 실제 개선해 줄 수 있는지, 그러한 정치적 역량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서울시장은 엄청난 갈등을 조정해가며 돌파해 나가는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자리다. 국회, 시의회, 서울 내 자치구에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여권 후보 공약과 역량에 높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보니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불리한 여건이긴 하지만 지금은 해볼만한 단계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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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국민의힘 의원)=이번 선거는 여당 단체장이 성범죄에 관련돼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됐다. 서울이나 부산 모두 마찬가지다. 80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이 투입되는데 집권여당은 반성이 없다. 특히 민주당은 당헌에 의해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내놓은 핵심 개선책이었다. 대국민 약속까지 하면서 발표한 당 혁신안이었지만, 그 약속을 저버리고 당헌을 고쳐서까지 후보를 낸 것에 대해 국민 심판 여지가 높을 것이라고 본다. 앞서 김진표 의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 부산 등 단체장 선거는 정치적 색깔보다, 내 삶을 누가 개선시켜줄 것인지가 더 중요한 선거다. 그렇기에 여당이 더욱 불리하다고 본다. 내 삶을 개선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현 정권을 뽑았더니, 오히려 삶을 거덜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가격 폭등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에게 평생 집 한 채 가질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핵심 책임이 현 정권에 있다는 반감들, 그리고 잘못된 정책을 고쳐야겠다는 판단이 커져있을 것이다. 일자리와 경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내 삶을 가장 나쁜 환경으로 몰아넣어던 만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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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경기대 교수)=서울선거는 박빙으로 보고 있고 부산 여론이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빙인 서울시장 선거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다만 후보들 검증 변수는 많지 않다. 야권 단일화 결과를 알 수 없지만 박영선, 안철수, 오세훈 3명 후보는 정치적으로는 우발적 변수가 나오기 힘들 정도로 검증된 정치인이다. 단일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효과가 발생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또 하나는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지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분명 야당에 호재다. 성관련 문제로 보궐선거가 시작됐지만, 성 문제는 핵심 이슈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주거정책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마침 LH 사태는 상징적으로 부동산 문제에 있어 여권 책임으로 몰아붙일수 있는 사안이다. 여당이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야권이 호재를 만났으니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생각하면 위험하다. 예를 들어 야당이 검찰이 수사하게끔 하자고 주장하는데, 정치적 감각이 부족한 판단이다. 처음부터 국정조사를 하자고 나갔어야 한다. 역대 국정조사를 보면 내용은 별로 없어도 국민 여론이 극에 달하면 다수당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례가 많았다. 지금 야당의 검찰수사 주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이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효용성이 떨어진다. LH라는 이슈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정부여당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 사표를 받는 등 강하게 대응하면, 악재라도 좋은 이슈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투표율이다. 보궐선거는 통상 투표율이 낮다. 여야 지지층이 투표장에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보궐선거임에도 박빙이라는 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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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명지대 교수)=서울은 야당이 선거에서 7번 연속 졌을 정도로 현 여당에 유리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좀 다를 것으로 본다. 정부여당이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고 부산시장 선거 관련 가덕도신공항 특별법까지 동원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이 노력이 물거품될 공산이 크다. 통상 큰 이슈는 작은 이슈를 덮기 마련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와 대선 지지율 수직 상승 등의 상황에서 LH 사태까지 터졌다. LH 사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조국 사태 때부터 이어져 온 공정 문제가 LH 사태까지 이어졌다고 일반 국민은 받아들인다. 물론 이 이슈가 대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또 다른 문제가 터져 이 이슈를 덮을 것이다. 그래도 공정에 의구심이 생기는 문제는 국민 머리 속에 계속 누적될 수 밖에 없다. 향후 벌어질 일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도 공정이 관여된다면 국민 뇌리 속에선 연결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권에 불리하다. 두 번째는 LH 사태 관련 수사에서 검찰이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경찰이 열심히 수사하겠지만, 만약 수사결과가 국민에게 납득되지 못한다거나 보궐선거 전까지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검경수사권 조정에도 불똥이 튈수 있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과정은 물리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종합해서 본다면 이런 이슈들은 여권에 불리한 소재다. 그렇다고 반드시 여당에 불리하다고도 볼 수도 없다. 보궐선거 투표율은 통상 낮은 편이다. 이는 열혈 지지층이 선거에 참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직이 많은 곳이 유리하다. 서울에서 조직과 열혈 지지층이 많은 곳은 여당이다. 투표율이 낮다면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야당에게 쉬운 게임은 아니다.

◆보궐발 정계개편, 대선 영향 불가피

◇사회=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대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관전포인트는.

◇신율=대선이 1년 남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선 풍향계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이보다 야권의 정계 개편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야권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 국민의힘은 입지가 커지고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때는 국민의힘이 야권 전체의 구심력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로 당선될 경우 정계 개편이 빨라질 수 있다. 안철수, 오세훈 후보 중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는지에 따라 정계 개편 방향과 진폭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기호 2번 혹은 4번을 달고 나가느냐에 따라 변수가 커진다. 야권 개편의 방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연결된다. 지금 누가 봐도 정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윤 총장 입지도 두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선 지각변동도 이번 단일화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철=보궐선거 결과는 야당에게 더 중요하다. 야당은 내년 대선을 치를 진영이 덜 짜여진 상태다. 지금은 야권 중심이 국민의힘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만약 야권 패배로 보궐선거가 끝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한계와 야권 중심축 실종으로 오히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보궐선거 결과가 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야권이 어떻게 개편되는지가 중요하다. 제3지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국민의힘이 제역할을 못할 때는 제3지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굳건하면 제3지대는 의미가 없다. 야권 단일화와 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가 클 수밖에 없다. 이후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선 대권후보를 가진 세력이 중심이 될 것이다. 여권은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가 야권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재명 경기지사 독주 양상이 다시 리셋될 수 있다. 여당 정치일정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5월에는 당대표, 9월 대선 후보 정한다는 것은 8월까지 대선 경선을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대선 유력주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권리당원에게 잘 보여야 하는 구도라면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보궐선거 패배 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여권 내에서도 문 대통령 실정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자처하는 후보들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보궐선거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겠지만, 대선 구도가 크게 요동치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김기현=큰 틀의 방향은 누가 봐도 비슷할 것이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과 결과에 차이는 있겠지만, 만약 야당이 이긴다면 여권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여당 분당으로까지 갈 수 있다.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다는 의미를 넘어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층, 호남을 대표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지층, 그리고 친문이라는 3개 큰 갈래의 분산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세 갈래가 문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 유지로 붙어있지만,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큰 원심력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치 역사를 보아도 지금 여당은 붙었다가도 떨어지는 것을 반복해 왔다. 여당은 합당과 분당에 주저하거나 저항 의식이 적은 편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 등이 유출되면 같은 여당 내에서도 서로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 만약 서울과 부산 모두 다 야권이 이긴다면 분당을 포함한 여권의 정계 개편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야권이 둘 다 진다면 카오스 상태가 되고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야권의 이합집산이 이뤄지겠지만 그래도 대선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힘들다. 부산은 이기고 서울에서 진다면 표차이에 의해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표 차이가 크게 패배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큰 타격과 당내 혼란이 불가피하다.

◇김진표=보궐선거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간에 야권발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지금 국민의힘 대선 후보군은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을 포함한다 해도 5% 이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 이는 결국 국민들로부터 정치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를 못받고 있고, 아직도 탄핵과 태극기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기면 이기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야권발 정계 개편은 대선 진행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윤 전 총장 변수가 이를 더 크게 만들 것이다. 여당은 패배할 경우 여권발 정계 개편은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국민 정치의식 수준 높아지고 있다. 여권 후보 중 누군가 선거를 이길 목적으로 정치공학적 개편을 한다면 이에 따른 이익보다는 당을 깨치고 나갔을 때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지금 보궐선거가 대선 전초전 또는 풍향계라고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는 역동적이다. 선거 이후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 민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래 먹거리 등의 문제를 누가 가장 잘 챙기고 실천할 것인지가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어떤 후보가 여권에서 그런 이슈를 선점하고 국민 신뢰를 받는가를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여당에게 가장 쉬운 상대

◇사회=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대선 유력주자로 거론된다. 차기 대통령 누가 유력하다고 보는가.

◇박상철=매우 민감한 얘기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얘기하자면 관전 포인트를 말해보겠다. 주요 관전포인트는 2개다. 집권여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국가전략과 경제발전, 남북문제 등이 있다. 경제문제가 중요한 어젠다가 된다면 야권에겐 기회가 없다. 공정 이슈가 된다면 야권에게 기회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역대 대통령들을 돌아보면 국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대통령으로서 여의도 정치 아웃사이더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5년 단임제에서 새로운 정치를 원하다보니 국회의원은 연임을 시켜줘도 대통령은 아웃사이더를 택한다. 여의도 정치 아웃사이더로 본다면 이재명과 윤석열이다. 국민들이 안정감과 경제를 택하는 과정에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에 기회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힘든 부분이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대선 주자로 거론된 초기에는 상승하다 한차례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최근 사태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는데, 지지율이 하락했을때를 보면 과연 윤 전 총장이 대통령으로 경쟁력이 있어 지지율이 올랐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당시 돌파구를 원하는 계층과 중산층 지지율이 갔었던 것으로 윤 전 총장이라는 인물에게 간 것은 아니다. 윤 전 총장이 야권 성향의 깃발이 될 수 있지만, 1년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정치적 검증은 무섭다. 이 허들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안철수 대표도 아직 이를 못넘었다고 본다. 만약 넘었다 하더라도 검찰개혁과 공정만 얘기할 수 없다.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 검증 받아야한다. 여권 이 지사보다 더 복잡하고 불안정 구조 속에 윤 전 총장이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여권에선 국가경제발전 어젠다 수행하면서 국민이 안정과 아웃사이더를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간다면 여권으로 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야권에 기회가 올 수 있다.

◇신율=우리나라 대선에선 징크스라는게 있다. 경기지사의 대선 도전은 많았지만 성공한 적은 없다. 또 검찰 등 관료 출신이 대권을 잡은 적도 없다. 여론조사에서 여권 1위, 야권 1위로 거론되는 둘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예전 경기지사를 했던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중앙언론에선 보도되지 않는다. 중앙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해줘야 여론 지지도 받고 지지율도 올라간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SNS를 필두로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다. 중앙언론이 먼저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여론 주목을 받고 지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러한 사례다. 차기 대선에선 과거와 같은 경기지사 징크스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관료 출신은 안된다는 징크스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관료 출신으로 대선에 도전했던 분들은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지역 맹주라는 분들에게 선택받아 정치에 입문한 뒤 비교적 순탄하게 정치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로서의 맷집, 반대편의 공격에 대비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과의 투쟁 속에서 입지를 다진 사람이다. 과거 관료 출신 대선 유력주자들과는 다르다. 특히 둘의 공통점은 맷집과 투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둘 다 만만치 않은 대선 유력주자다. 또 둘 모두 여의도 정치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지층도 중복된다. 둘의 지지율은 시소와 같다. 둘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반문(반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유권자 정서가 팽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 1년 전 여론조사를 보자. SBS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17대 대선부터는 1년 전 여론조사에서 1등한 사람이 당선됐다. 당시 2등은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지금 누가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고건, 반기문 두 분은 1년 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지 못했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윤 총장 1위는 꾸준한 지지가 아니다. 갑자기 1위를 했다. 그래서 불안하다. 여당은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지지층이 겹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반문정서는 여당에 달가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제3지대 대통령이 탄생한 적은 없다. 국민의힘은 국민 뇌리에서 아직 탄핵이라는 글씨가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대선 구도가 중요하다. 윤 전 총장이 동교동계 지지를 받는다거나,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는다면 달라질 수 있다. 여당은 호남에서 이 지사가 이 전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진표=두 교수 말씀 공감하는 내용이 있다. 윤석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지지율 1위 여론조사 두 번 모두 자동응답조사(ARS)였다. ARS는 언론노출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윤석열 지지율은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정권 핵심에 대항하고 검찰총장에서 사퇴하면서 언론노출이 굉장히 높아졌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현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당(민주당)내에선 가장 수월한 상대로 윤석열을 꼽는다. 제발 윤석열이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로 나오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많다. 쉬운 상대다. 윤석열이 밝힌 사퇴의 공식적인 이유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살)'이다. 이는 수사기소분리 방법론으로 여당이 공식화한 것이 아니다. 일부 소장파 의원이 논의하는 단계일 뿐이다. SNS에 검수완박과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을 과격하게 주장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시간을 갖고 논의하라고 제동을 건 부분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것을 바로 받아 '부패완판'이라면서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오히려 정반대 이야기를 했던 인물이다. 단계적으로 가야하지만 중수청 설치 필요성에 찬성했다. 경제범죄수사청, 특수범죄수사청 설치도 언급했었다. 이랬던 사람이 왜 갑자기 정반대 이야기를 했을까. 남은 검찰총장 임기 3~4개월 더 하고 나올 경우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찬스를 잡고 사퇴한 것이라고 본다. 대선 후보로 나온다면 이러한 부분부터 정치적 검증과정에서 여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시작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선 후보가 되려면 최소한 민생경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외교국방, 국가경영,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 과연 윤석열이 이야기하는 민생경제, 외교, 복지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관심이다. 또 윤석열이 야권 후보가 될 경우 다른 야권 후보가 대선에 나오지 못하는 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래저래 여당으로서는 가장 손쉬운 상대라 볼 수 있다.

◇김기현=차기 대선 키워드는 현 정권 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잘했다면 개선, 잘못했다면 지적이 키워드가 될 것이다. 냉정하게 현 정권이 잘한 것은 없다. 외교부터 대북정책 성과는 하나도 없다. 경제는 폭망했다.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다. 국민 감정만 악화됐다. 대선 이슈는 두가지로 본다. 하나는 상식, 하나는 경제다. 앞서 공정을 말씀하셨는데 공정보다 조금 더 폭넓은 형태의 상식이 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 정권은 내로남불 그 자체다. 자기진영만 챙기면서 공평하게 대한 것처럼 한다. 이런 것에 강한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경제 문제에 대해선 박 교수 의견과 반대 의견이다. 당장 청년 일자리가 없다.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이 더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급여 차이도 역대 최고로 벌어졌다. 핵심문제는 집값이다. 전월세와 아파트값 폭등을 보면서 국민이 현 정권에 경제를 잘 운영했다고 후한 점수를 줄것이냐. 아니라고 본다. 차기 대선은 상식의 회복,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당 입장에서 약점으로 표현되는 유력주자가 없다는 부분은 아직 우리 후보들이 저평가됐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등장하니 신드롬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윤 전 총장에 모이는 효과로 나타났다. 본인의 개인 역량, 경쟁력도 있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 의식이 결집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은 야권이 통합된 후보를 낸다면 굉장히 승산 있는 구도가 될 수 있다. 탄핵 이후 3번의 주요 선거에서 우리 당은 모두 패배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이다. 승리할 때가 됐다. 당장 예전과 달리 이제는 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균열음은 없다.

◆경제 위기, 코로나 위기 감안 vs 예견된 참사

◇사회=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규제개혁 등 기업정책은 어떠했는가.

◇김진표=정부 정책을 입안했던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관점과 평가는 다른 이들과 다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방역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정책은 국민에게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이라는 자긍심도 줬다. 성장률이 -1%에 그쳤지만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성장률이었다. 재정 건전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했다. OECD 내 2~3번째로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면서도 4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는 강점도 있다. 내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대표적으로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경제였다. 이에 맞는 국가운영 방향이 무엇인가. K-방역을 토대로 선도국가로 가야하면서 한국판 뉴딜을 핵심정책으로 삼았다. 재벌·대기업 위주 정책에서 중소벤처기업 위주 정책으로 변화한 것도 성과를 냈다. 지난해 500대 대기업이 전체 채용인원을 5000개 줄였지만, 벤처기업은 4조3000억원을 투자해 5만3000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 유니콘기업도 정부 출범 전 3개에서 현재 13개로 늘어났다. 임기 말까지 20개를 넘보고 있다. 뼈아픈 것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한다. 수요와 공급에서 균형을 맞춰야 했다. 공급 없는 상태에서 수요에 대한 규제만 하다보니 우리 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30~40대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영끌매수까지 하게 만들었다. 정말 뼈아픈 실책이다. 차기 대선 전까지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얼마나 확실히 만들 수 있느냐,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느냐가 성패다.

◇김기현=김 의원께서 기분 나쁘실 수 있겠지만, 현 정부는 한마디로 '무식한데 용감하다'로 표현할 수 있다. 초반 소득주도성장을 한다고 하더니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적불명의 터무니 없는 정책이었다. 아무런 긍정 효과도 없었다. 또 과도하게 노동 편향 정책을 추진하며 사용자와 피사용자 사이 갈등만 야기했다. 중반에도 재정을 이용해 완전히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국가채무비율 40%를 안 지킨다고 지적했던 분이다. 현 정부 50%를 넘었다. OECD 전체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이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궐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을 풀겠다고 한다. 작년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재난지원금 단 1원도 없었다. 당시 우리 당에서 편성하자고 했다. 여당에서 며칠을 주저했다. 재보궐선거 전에 하기 위해 주저했던 것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에 목을 맨다. 이래서야 나라살림 어떻게 돌아가겠냐. 반기업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여당이 밀어부쳐서 통과시켰다. 쿠팡이 왜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는가. 물론 기업 투자 요소도 있겠지만 기업이 나라를 떠나가게 하고 있다. 당연히 일자리도 줄어든다. 취업률은 최저이고 실업률은 최대다. 25번 부동산 정책 모두 실패다. 잘 모르면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 정부는 비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정무적으로 판단한다.

◇박상철=이낙연 전 대표가 전임 두분 대통령 사면 이야기를 꺼내서 직격탄을 맞았다. 문 대통령 지지층에 대한 결을 잘못 읽었다. 정치적 착오가 있었다고 본다. 레임덕은 미래권력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 측근이나 여당 내부에서 대통령과 거리를 둘려고 해야 한다. 현 정부에선 임기말 권력누수까진 있을 수 있지만 레임덕까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래권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현 정부 경제정책은 시원한 맛은 없지만 실패라고 단정짓기도 그렇다. 코로나19 위기다. 야권은 억울하겠지만 국민은 21대 총선 전 코로나19 위기 속 문 대통령이 해결할 것이라고 봤다. 방역은 경제와 연관이 깊다. 기업정책은 문 대통령 메시지가 정확하게 기업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앞에서는 기업에 잘해준다고 기업 친화적이라고 하지만, 뒤 따라오는게 없다. 노동계도 코로나19 사태로 참고있지만 불만이 많다. 양쪽 모두에게 저항을 받고 있다. 부동산정책은 24번 실패했다치더라도 이번에는 괘가 다르다. 공급 위주 정책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어떠한 결과를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큰 승리를 원한다면 레임덕에 빠진다. 지금은 현 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정책을 마무리해야 한다. 디지털과 그린 중심 한국판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법은 맞다. 실패냐 아니냐는 정부가 원하는 결과다. 작은 승리에 만족하려면 중간 마무리를 해줘야 한다. 다음 단계는 미래권력에 맡겨야 한다. 미래권력은 그 다음 단계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경제정책 점수를 준다면 A는 아니지만, B정도는 줘도 될 듯 싶다. 현 정책의 배턴터치가 잘 돼야 한다.

◇신율=정부 경제정책 평가 이전에 문 대통령이 꾸준하게 일관된 시그널을 줬느냐부터 짚어보자. 부동산이 대표적 예인데, 공급이 없다고만 했다. 두 번째로 일반 국민이 시장에서 느끼는 점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했다. 집값이 올라가는데 떨어진다고 했다. 국민은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게 정치다. 대통령은 나와 다르게 느끼고 말한다. 미래에 맞는 말이더라도 당장 내가 급한 상황에서 대통령 말에 동조할 수 있느냐.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사람을 쓰는 문제도 그렇다. 경제가 문제면 경제전문가가 국무총리를 해야한다. 이 자리에도 계시지만 김진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 필요하면 국민이 먼저 나선다. K-방역도 직업윤리에 충실한 우리 의료진이 주역이다. 정부 방역 정책은 뉴질랜드, 대만과 비교해야 한다. 방역과 백신 문제는 앞으로 경제와 맞물려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부동산도 그렇고 정부가 시장과 맞설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된게 아닐까 본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