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인터뷰 내내 '도시경쟁력'을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하락해 온 도시경쟁력을 회복해야 서울시가 다시 살기 좋은 도시, 미래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교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같은 선상에 있다.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각오로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하는 시정을 약속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중소 자영업자들의 터전을 복구하고 민생경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절반의 시간을 어려운 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출마 선언은 늦었지만, 경선 승리 후 분위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야권 최종 단일화와 선거를 앞둔 각오를 밝혀달라.
▲많이 지지해주시고 성원해 주신 시민들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왔다. 열심히 일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이번에 시장이 된다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과거 서울시장으로 일했던 5년을 돌이켜보면 그때는 이론과 머리로만 일을 했었다. 서울시를 운영하는 데 있어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지, 또 무엇이 서울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지 등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만 몰두했었다. 앞으로 5년은 가슴으로 서울시를 이끌어가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하겠다.
근무하는 시간 중 절반은 반드시 서울시민 여러분들 중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쓸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분들을 만나서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울시 공무원들도 이분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것이 시민들이 보내주고 있는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다.
-이미 서울시장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다. 때문에 지금 서울의 모습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개선점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개선점은 무엇인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시정을 펼칠 것인가.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박원순 전 시장은 토목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나름대로 뜻이 있었겠지만, 잘못 형성된 편견에 빠져있었고 그것이 실정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토목은 다른 말로 하면 생활 인프라다. 도시에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주택이 있어야 하고, 교통이 편해야 한다. 주거와 교통의 사각지대가 해소돼야 한다.
과거 서울시장 시절 경전철 7개 노선을 계획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은 이 계획을 취임하자마자 취소했었다. 하지만 이후 뒤늦게나마 경전철 필요성을 인식했는지, 2개 노선을 추가해 9개 경전철 노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부분이 토목을 적대시한 정책으로 발생한 실정 사례라 말할 수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 다 완공됐어야 할 경전철이 아직도 공사 중이다. 서울시장으로서 토목을 견제하는 모습이 당시에는 멋있어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전철 사업이 늦어지고 공사비도 증가했다. 실제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쪽은 정작 시민들이다.
특정 분야를 견제하고 적대시하는 정책은 바로 바꿔나갈 것이다. 서울시 정책 전체가 능숙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단일화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서울시 공동운영을 언급했다. 정책협의팀 구성 계획도 밝히셨는데, 생소하다. 공동운영을 생각하게 된 계기와 실제 어떤 형태로 구현될 지 설명해 달라.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선거에서 이기기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 선거 이후 서울시 공동경영을 통해 더 좋은 시정이 펼쳐지는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실제로 독일은 연립정부를 만들어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독일 통일도 연립정부 하에서 거둔 성과다. 연립정부가 효율적으로 잘 구성되기만 한다면 더 큰 이득을 서울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공동경영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단일화 이후 발표하기로 두 후보간 약정이 돼 있다. 조만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경선 당시 경쟁 후보들의 좋은 공약은 서로 공유하자고 제안하셨다. 실제로 일부 공약을 수용하는 모습도 보여주셨다. 야권 전체로 봤을 때 우선 순위가 높다고 생각하는 공약은 무엇인가.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중소자영업자 분들을 챙기는 것이다. 이분들은 지금 거의 빈사 상태다. 업종에 따라 격차도 많지만, 특정 업종은 거의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몰려있다. 이분들에게는 바로 무담보·무이자로 1억원까지 신용보증을 해드려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시장 절반의 시간을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나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직접 듣고, 중앙정부와는 다르게 업종별로 어떤 피해가 있는지 세밀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
업종별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원금을 주고 피해를 보상하는 것보다 실제로 매출 감소를 최소로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 사항에 대처할 수 있는 업종별 매뉴얼을 만들고 여기에 무이자·무담보 융자까지 더해진다면 당장 급한 위기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분들일 수록 담보가 없고 보증이 절실하다. 중소자영업자는 물론 경제적 취약층, 독거노인, 학대아동, 가정폭력 피해자 등 사회 곳곳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두루 만나 해결점을 찾아갈 것이다.
-이번 선거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다. 많은 후보들이 공급 중심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오세훈 후보만의 부동산 대책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방법론이다. 지금까지 나온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목표는 다들 비슷하다. 보다 빨리,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노하우를 누가 갖고 있는가 여부다. 그래도 해 본 사람이 조금은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최단 기간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재건축·재개발 실행을 바로 하겠다. 용적률과 층고제한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이런 업무들은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다. 다들 신속하게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추겠지만, 아마 그 결과는 역량과 경륜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LH 신도시 투기 문제로 여론이 뜨겁다. 연장선에서 SH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우리 정부는 이미 1, 2기 신도시를 다 경험했다. 그때마다 투기문제는 항상 발생해 왔었고, 많은 공직자들이 처벌 받았다. 이는 다시 말해 3기 신도시 문제는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능이 원인이다. 3기 신도시 투기에 대한 대응도 완전히 실패했다. 처음부터 불시 압수수색과 함께 검찰수사가 시작됐어야 한다. 투기꾼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처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서는 안된다. 여당이 주장하는 특검도 많아야 30~40명 정도다. 3기 신도시 지역을 다 수사하려면 시간이 걸리게 된다. 검찰을 배제하고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SH는 LH와 다른 부분이 있다. 초기에는 LH와 업무가 유사했지만, 서울시에 남아있는 부지가 없게되면서 그 성격이 달라졌다. SH는 LH와 달리 대규모 택지 개발이 아닌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부정·부패 가능성에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권 다툼과 부정행위를 대비하고 자세히 들여봐야 한다.
-산업, 일자리 관련 공약으로 용산 실리콘밸리 구축 등을 제안하셨다. 서울시에 적합한 미래 산업과 일자리는 무엇이라 생각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시는가.
▲미래 산업과 일자리 창출은 도시경쟁력 향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산업과 일자리 모두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도시경쟁력 향상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질 좋고 저렴한 업무공간이 공급되고 수익을 창출할 있도록 해야 해외로부터 투자, 정보, 인력, 기술이 들어올 것이다. 관련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 향상이고 일자리 창출 방법이다. 서울시내에 그 작업을 하기 가장 용이한 곳이 용산이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유휴부지를 살려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 것이다.
미래 산업과 일자리는 테크아트(Tech-Art)로 통한다. 미래 국가와 도시경쟁력은 기술을 넘어 문화예술적 감수성이 융합돼야 하고 그곳에서 부가가치가 생긴다. 4차 산업혁명과 문화적 감수성이 만나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업무 공간으로 용산을 만들고 싶다. 다행히 문화 감수성은 최근 K-컬쳐라는 명칭처럼 한류 열풍이 불고 있고 우리에게 상당히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블록체인과 같은 최첨단 기술에서 점차 밀리는 경향이 있다. 드론은 중국에 선두를 뺏겼고, 클라우드와 플랫폼 분야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강세다.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삼성전자가 HW로 승부하고 있지만, 그 안의 SW와 콘텐츠는 미국 애플과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미래는 점점 더 콘텐츠 힘이 강해질 것이다.
HW와 SW가 만날 때 최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생태계를 도시 경쟁력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 교통, 문화, 환경, 교육, 보육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들어오고 이를 따라 투자, 정보, 인력, 기술이 모이게 된다. 즉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용산을 4차 산업혁명과 문화의 시너지 코어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
-10년 전 오세훈과 다시 시작하는 오세훈은 무엇이 달라졌다고 보시는가. 오세훈의 서울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얘기해 달라.
▲10년 전에 비해 가슴이 뜨거워 졌다고 말하고 싶다. 앞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하겠다고 했는데, 10년 전에는 서울을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드는데 미쳐있었다. 이제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절반의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지금은 열정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다.
서울시 도시경쟁력 향상, 세계 초일류도시는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다. 과거 서울시장으로 있을때 도시경쟁력을 20위권에서 9위까지 끌어올렸지만, AT커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은 다시 17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이를 다시 10위권 내로 상승시키고 싶지만, 지금은 이곳에 모든 역량을 쏟아붇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도시경쟁력과 함께 소외된 곳도 찾아뵙고 챙겨나갈 것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