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전동카트 직접 제작·생산...기존 공급선 법적대응

대창모터스 "4년 전 돌연 계약 해지"
직접 생산 나서며 기술자료 등 요구
지식재산권 침해·하도급 위반 주장

한국야쿠르트가 2014년부터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 받아 온 '야쿠르트 아줌마' 배달용 전동카트를 직접 제작·생산하면서 기존 공급사인 중소기업과의 법적 공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야쿠르트는 당시 전국의 1만대가 넘는 손수레 형태의 카트를 전동카트로 전량 교체하면서 제품 공급사로 중소기업을 선정, 공정거래위원회(2016년)에서 대·중소기업 상생 모범사례로 꼽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몇 해 전 자회사를 설립해 애프터서비스(AS)는 물론 전동카트 직접 생산에 나서면서 중소기업과의 지식재산권·하도급 위반 등의 법적 분쟁을 앞두고 있다.

대창모터스는 법무법인을 통해 한국야쿠르트가 전동카트 독자 제작·생산에 따른 지식재산권 및 하도급 위반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15일 밝혔다. 이 회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한국야쿠르트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다.

2014년 12월 대창모터스 등이 한국야쿠르트에 공급하기 시작한 야쿠르트 배당용 전동카트.
2014년 12월 대창모터스 등이 한국야쿠르트에 공급하기 시작한 야쿠르트 배당용 전동카트.

한국야쿠르트는 2013년 중소기업 티에스와 대창모터스 2개 업체를 선정, 2014년부터 2~3년에 걸쳐 1만개가 넘는 야쿠르트 배달용 전동카트를 구매했다.

이후 한국야쿠르트가 자회사를 통해 독자 제작·생산에 나선 2017년부터 기존 업체들은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다. 납품 물량이 없어지면서 한 업체는 해당 사업을 접었고, 대창모터스도 2017년 초까지만 계약 관계를 유지했다. 다만 대창모터스는 전동카트 추가 계약 등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4년째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대창모터스는 법적 대응을 최종 결정했다.

대창모터스가 제기한 법적 대응 이슈는 지식재산권과 하도급계약 위반 두 가지다.

원래 한국야쿠르트와 중소기업 간 전동카트 개발 용역 계약 체결 시 '개발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저작권 등 권리 일체를 한국야쿠르트가 갖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대창모터스는 개발 결과물이 아닌 생산에 필요한 제조 공정 기술과 일부 부품은 독자 개발하거나 습득한 자체 기술로, 소유권이 자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양측 계약서에도 '제품사양서 기준, 당사의 비용으로 자체 개발된 부품은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12조 3제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대창모터스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가 전동카트 AS 목적으로 인수한 자회사(HY모터스)가 공급 거래 기간에 '자재마스터 교육자료' '조립공정도' 등의 기술 자료를 요구, 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대창모터스 관계자는 “HY모터스가 전동카트의 유지·보수를 위해 해당 자료를 사용한다는 전제로 HY모터스 측에 자료를 제공한 것인데 이후 이 자료를 토대로 전동카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자료 제공 목적을 벗어나는 행위로,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해지에 따른 위반도 제기됐다. 두 회사 간 계약은 최초 2014년 8월부터 1년씩 하고, 계약 기간 만료 1개월 전에 양측의 계약 해지 의사가 없을 때 자동 연장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 측이 2017년 4월 돌연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창모터스 측은 계약 기간이 3개월 이상이나 남은 상황에서 연간 확보한 상당량의 원자재 부담을 안게 됐고, 결국 한국야쿠르트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이 역시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충기 대창모터스 대표는 “한국야쿠르트가 개발·생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 해지 후에도 추가 거래를 기대하며 법적 대응을 고심해 왔다”면서 “완제품뿐만 아니라 제조·생산 과정도 중요 기술인데 이것을 계약관계의 유리한 위치에서 요청했고, AS를 한다고 해서 개발 노하우를 준 것일 뿐 독자 생산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 측은 대창모터스와의 계약 해지와 관련해 원만한 합의로 이뤄졌으며 이 업체가 제공했다는 자료 역시 생산에 활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계약 종료시점에서 잔여부품과 생산 중인 카트에 대한 사후 처리 문제를 고려해 사전에 공문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고, 이후에도 부품 재고 소진을 위해 41대를 추가 발주해 문제될 게 없다”면서 “대창모터스가 제공한 교육자료 등도 상황별 분해와 조립 관련 자료일 뿐 AS 용도 이외 사용하지 않았고, 현재 우리 카트는 모대학과 기술 협약을 통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