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장남 승계원칙'을 고수해 온 과거와 달리 최근엔 형제 경영으로 책임 강화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가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등기이사에 오른다. 대상홀딩스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키로 했다. 임 전무는 임창욱 명예회장 장녀로 2016년부터 대상과 계열사인 초록마을 마케팅담당 중역을 맡고 있으며 올 초부터는 대상홀딩스의 전략담당 중역도 겸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임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전무는 대상 등기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임세령·임상민 자매경영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영권 후계 구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언니인 임세령 전무의 대상홀딩스 지분은 20.41%로 임상민 전무(36.71%)에 비해 적다. 2001년 임 명예회장이 두 자녀에게 지분 상속을 하기 전 임세령, 임상민 자매의 지분율은 2.57%로 동일했지만 지분 상속 이후 임상민 전무가 14.42%, 임세령 전무 10.22%로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후 임상민 전무는 2005년 지주사 전환과 2009년 지분 추가 매입을 거치면서 대상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임창욱 명예회장의 대상홀딩스 지분은 4.09% 부인인 박현주 부회장이3.87%로 임세령 전무에게 증여하더라도 임상민 전무 지분을 넘어서긴 어렵다.
CJ그룹 역시 경영권 후계 구도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CJ그룹도 범삼성가인 만큼 '장남 승계원칙'을 적용,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부장의 승계 가능성이 높았지만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업무에 복귀하면서 승진 시기를 놓쳤다. 누나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작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했다. 이경후·선호 남매가 보유한 CJ 지분은 각각 1.19%, 2.7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남매경영이 기대되는 기업도 있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아들인 김오용씨는 현재 신세계프라퍼티에 근무하고 있고 누나인 김윤지씨는 관계사인 제로투세븐에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오영 씨가 보유한 매일홀딩스와 매일유업 지분율은 각각 0.01%로 아직 지분 승계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올해 주총에선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도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그 동안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그룹을,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등 식품 사업을 맡아와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번 재선임으로 이 같은 가능성은 일축됐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가 3세대까지 내려오면서 기업들의 관행적인 승계 방식도 바뀌고 있다”면서 “전문인 경영체제를 도입한다거나 분쟁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공동 경영, 또는 기업분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