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받습니다"...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소액주주 모시기 '세 대결'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왼쪽)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왼쪽)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의결권 행사 권유인 '세 대결'로 확대됐다. 사측과 분쟁 당사자인 박철완 상무 측은 각각 20명 넘는 권유인들을 두고 전국에서 소액주주를 찾아다니며 표 결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 상무 측은 사측에 위법 행위로 위임장을 받지 말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 견제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이 선임한 의결권 대리 회사 팀스는 20여명 넘는 권유인단을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의결권 대리 회사는 권유인들이 특정 상장사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장을 대신 받는 대행사다.

팀스는 본부장이 서울·경기, 전라, 부산, 경상, 제주 지역 등을 총괄하고, 팀장이 기타 지역을 맡는 구조다. 각 지역마다 팀원이 최소 1명부터 최대 8명까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경 팀스 대표는 “대기업 경영권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인 만큼, 정확한 권유인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상무 측 역시 조직적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박 상무 측 의결권 대리 회사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는 총 23명에 이르는 권유인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과 경기, 전라, 경상, 부산, 제주 등 전국이 활동지다. 이들은 박 상무 측이 별도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 위임장을 받거나 직접 소액주주를 찾아가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양측이 권유인 세 대결에 나선 것은 소액주주 표심이 경영권 분쟁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금호석화 소액주주 지분은 40% 안팎으로, 외국인과 오너 일가 지분을 합친 것과 비등하다. 사실상 캐스팅보터인 셈이다.

박 상무 측은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표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법원에 주총 소집 및 표결 절차 적법성 조사 등을 이유로 검사원 선임을 청구한 것이 방증이다. 사실상 소액주주 표 대결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현재까진 박찬구 회장 측이 유리하다. 보다 많은 국내외 기관 투자자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박 상무 측은 사측 견제에 나섰다. 사측이 안건 찬성 소액주주들에게 홍삼 세트 등 대가를 제공하는 등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의결권 대리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위임장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현황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