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소기업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섬유강화복합재(FRP) 재활용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카텍에이치(CatackH·대표 정진호)는 연간 700~800톤 규모 탄소섬유강화복합재(CFRP) 재활용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고 21일 밝혔다.
정진호 대표는 “화성에 위치한 이 공장의 최대 처리용량은 1500톤 규모로 이 정도면 글로벌 톱5 수준”이라며 “하반기에 착공할 장수 공장이 완공되면 추가로 4000톤가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텍에이치는 물을 이용한 화학적 분해방식을 통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폐CFRP로부터 고품질의 재생 탄소섬유와 에폭시를 회수한다. 이 방식은 공정비용이 낮고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기존 고온소각 대비 초기 투자비도 10분의 1 수준이다. 유지보수비는 20년 사용 기준으로 기존 대비 40분의 1로 낮아진다. 공정을 통한 탄소섬유 회수율은 90%에 달하며 재생탄소섬유 품질도 원사 대비 90% 수준이다.
시장조사자료에 따르면 CFRP 재활용 및 재생섬유 응용시장은 2030년에 약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카텍에이치는 세계 최초로 고안한 화학적 분해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친환경적으로 회수한 탄소섬유는 또 다른 소재로 이용돼 FRP 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FRP는 어떤 소재인가.
▲FRP는 탄소섬유(CFRP)나 유리섬유(GFRP) 등 보강섬유와 레진으로 구성된 복합재라고 보면 된다. 철보다 무게는 4배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강철보다 10배가 강하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를 '꿈의 신소재'라고도 부른다.
IT 분야는 물론 생활 곳곳 대부분에서 고품질 재료로 쓰인다. 항공기, 선박과 우주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낚시대와 골프채, 테니스 및 배드민턴 라켓과 기능성 스포츠 레저 의류에서도 탄소섬유를 활용하고 있다. 해수환경에 대한 내구성이 강해 수상태양광발전 구조물로도 많이 활용된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 구조물을 CFRP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FRP재활용이 주목되는 이유는.
▲FRP 자체는 인체에 무해하고 우수한 재료다. 다만 이를 사용한 뒤 처리할 때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땅에 묻거나 태워버리는데, FRP는 땅 속에서 썩지 않는다. 유럽에서 FRP 매립을 금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온으로 소각하는 경우 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
다행히 고문주 KIST 전북분원 박사팀이 개발한 재활용 기술을 카텍에이치가 상용화했다. FRP를 땅에 묻거나 태우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물을 반응 용매로 사용하고 100℃, 10기압의 저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럼에도 탄소섬유 회수율은 95% 이상에 달하고 회수된 탄소섬유의 품질(물성 등)도 뛰어나다.
-공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먼저 수소 탱크나 태양광 구조물 등과 같은 폐기물을 수집한 후 잘게 파쇄한다. 파쇄물은 특수 용매를 이용해 경화제로 쓰이는 에폭시를 분해한 뒤 탄소 섬유만 분리해낸다. 엉킨 탄소 섬유 다발은 섬유 정렬 공정을 거쳐 응용제품을 만들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모양에 따라 사이징된 단섬유,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이 결합된 복합소재, 밀드 카본, 카본 페이퍼 이렇게 네 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처리용량은 어느 정도인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지 물어온다. 화성 공장 최대 처리규모는 연간 1500톤 정도인데, 이 정도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대부분 처리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 처리문의가 쇄도해 전북 장수에 추가 공장을 설립 중이다. 금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내년 중순쯤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수공장 처리규모는 4000톤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이 된다.
-해외 문의가 쇄도한다고 들었다.
▲FRP 재활용은 한마디로 글로벌 이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미국 정도에서 열로 태우는 방식을 사용해 처리하고 있다. 이 같은 처리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친환경적인 화학적 처리방식을 가진 곳은 카텍에이치가 유일하다. 산업 분야는 물론 방산 분야 등 해외 문의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장수공장이 완공되면 우선은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는 물량을 커버할 계획이다. 이어 미국 유럽 등 복합소재 시장 규모가 큰 해외도 공략할 계획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스타트업이 이전받아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첫 번째 사례다. 이를 기회로 FRP 재활용 시장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가겠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