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애니메이션산업 변화와 도전

[콘텐츠칼럼]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애니메이션산업 변화와 도전

2003년 '뽀로로' 방송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기관의 의지와 도움으로 발전 일로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니메이션 3개월 방송분을 제작하는 데는 컴퓨터(CGI) 애니메이션 기준 24억원에서 30억원이 든다. 막대한 비용과 함께 200여명의 작업자들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 시간을 들여 제작하는 것이 한국의 애니메이션이다.

아쉬운 것은 애니메이션 수익이 대부분 아직 국내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제작사에 주는 영상 판권료는 제작비의 10% 수준이다. 나머지는 상품화 사업, 정부 지원금으로 메우고 있다. 대부분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적자인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상파를 포함한 방송 플랫폼의 광고 대부분이 줄면서 수익성이 낮아짐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국이 쉽게 줄일 수 있는 비용 가운데 하나는 콘텐츠 구매비로, 이미 많은 방송국이 콘텐츠 구매비를 줄이고 있다.

해외 시장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가장 큰 영상 견본시장인 MIPTV·MIPCOM 같은 시장이 온라인으로 개최됐고, 행사 축소로 인해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콘텐츠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확산돼 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콘텐츠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고, 애니메이션의 주요 채널인 방송국 TV 시청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디즈니 채널은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케이블 방송망은 철수하기로 했다. 그동안 '뽀로로' '디보' 등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소개해 온 디즈니 주니어 방송은 막을 내리게 됐다.

2D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30년간 업계를 지탱해 온 완구사, 유통사, 출판사 등 관계사들이 출자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제작위원회 방식' 대신 제작비 전부를 보전해 주는 넷플릭스 제작 방식으로 변화한다. 넷플릭스는 신규 애니메이션 인력 교육·육성에도 나섬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던 애니메이션 업계의 제작 유통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10~20명의 제작 인력을 보유한 소기업이 산업 중심인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업계는 단독으로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찾아 생존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미 서비스되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인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HBO 프라임 등 다양한 글로벌 OTT 플랫폼과 접촉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제안해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해피업이 제작한 EBS 애니메이션 '꼬미와베베'도 프로젝트 기획부터 미국 투자사와 접촉해 투자를 받아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제작됐다. 인력과 자본에서 한계가 있는 소기업이 해외 영업을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능력이 더욱 막강한 투자사가 미국·유럽 배급을 하고, 해피업 경험이 많은 아시아지역 배급을 담당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기존에는 공동 제작을 해도 해외 선진국이 스토리와 캐릭터 등 기획을 하고 우리는 단순 제작만을 담당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제작 방식이 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AVoD(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VoD) 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으며,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제작사도 있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핑크퐁'을 일반 TV용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과 같이 TV애니메이션 제작사도 유튜브·TUBI·ROKU 등 AVOD 시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고, 콘텐츠의 질을 통해 직접 선택받는 구조로 진화한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계는 세계 누구보다도 빠르게 미디어 산업의 '탈TV화' 변화에 적응하며, 한국의 정서와 감정을 녹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 노력 중이다. K-팝, K-드라마, K-영화에 이어 다음은 K-애니메이션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용 해피업 이사 vivas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