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환경의 외국과 비교할 때 국내 '제도권 가상자산 거래소' 숫자가 현재 상당히 부족하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됐다.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비슷한 일본이 22개 제도권 거래소를 보유한 데 비해 국내는 제도권 거래소 숫자가 4개에 불과해 시장 과점에 의한 이용자 불편과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핀테크학회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가상자산사업신고제와 실명확인계좌 요건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현재 실명확인계좌를 보유한 4개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93%, 1위 업체 점유율이 74%에 달한다”며 “국내 역시 일본과 비슷하게 10개 이상 실명확인계좌 보유 거래소가 추가돼야 하고, 이후에도 새로이 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법정 화폐 중 달러 비중은 81.49%, 유로화 5.31%, 일본 엔화 5.18%, 한국 원화 4.78% 수준으로 집계됐다.
거래 규모는 비슷하지만 일본과 한국 제도권 거래소 숫자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본 금융청은 2017년 17개, 2019년 5개 거래소 신고를 수리해 총 22개가 운영 중이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만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은 제도권 거래소에 해당한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이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거래소 신규 실명계좌 확보가 오랫동안 중단된 것이 원인이다. 2020년 업비트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실명인증계좌를 발급받은 것이 유일한 신규 사례다. 그러나 실명계좌 발급 제한 이전부터 업비트는 기업은행 실명확인계좌를 발급 받았던 경우에 해당한다. 신규 거래소의 제도권 진입은 사실상 3년 이상 없었던 셈이다.
100여개로 추정되는 국내 중소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는 소위 '벌집계좌(법인계좌)'를 활용하고 있어 특금법 시행 이후 사업 전망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들은 미리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은 4개 거래소가 금융당국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시장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거래량 기준 '4대 거래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김형중 회장은 “은행이 단독으로 실명확인계좌를 허용할 경우 사고발생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므로, 은행연합회가 나서 발급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업계도 부실한 가상자산 퇴출, 자전거래 추방 등 고객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금융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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