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폭풍 성장하는 중고거래 시장 확보를 위해 중고거래 전문 기업과의 업무제휴나 인수합병(M&A)에 뛰어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GS·현대백화점 등 굵직한 유통 대기업이 당근마켓, 번개장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업무제휴나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지난 10년 사이 5조원에서 20조원으로 4배 이상 커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 확대가 중고거래 파이를 확 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통 비주류로 취급되던 중고상품 거래가 최근에는 '알짜 사업'이라는 인식 전환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초 야심 차게 개장한 '더 현대 서울'에는 누적 가입자 1400만명의 번개장터가 운영하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BGZT by 번개장터'(브그즈트 랩)를 운영한다. 300여켤레의 한정판 스니커즈를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는 국내 최대 한정판 스니커즈 컬렉션이다. 현대백화점은 번개장터에서만 한 해 820억원 규모의 스니커즈가 거래될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향후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기기, 캠핑, 낚시, 등산, 명품 등 다양한 테마로 브그즈트 랩을 운영하며 중고거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광교점, 중계점, 양평점 등에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파라와 손잡고 '중고거래 자판기'를 설치,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매자가 자판기에 직접 물품을 가져다 놓으면 구매자가 실물을 확인한 뒤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24도 최근 주택가, 오피스가에 위치한 파라파라의 일부 매장에 중고거래 자판기를 도입, 고객 반응에 따라 서비스 확대를 결정하기로 했다.
GS리테일은 누적 가입자 2000만명에 이르는 당근마켓과 손잡았다. 신선식품이나 도시락, 삼각김밥, 간식류, 음료 등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할인 판매한다. 또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 주민 대상으로 전국 GS리테일 오프라인 점포의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한다. 양사는 지역 기반의 다양한 유통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인수에도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단순 지분투자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롯데가 콜옵션을 행사, 경영권까지 노릴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나라는 누적 사용자 2400만명에 일일 상품 등록 건수도 약 39만건에 이르며 지난 2020년 한 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43% 증가, 역대 최대 5조원을 기록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모든 산업계가 관심도를 높이면서 자원 재활용과 중고거래 잠재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고거래 전문 기업과 유통 대기업 간 협력 비즈니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현대百, 더현대서울에 '번개장터' 오픈
-
이준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