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조직문화 혁신으로 '최고의 직장' 만들자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단순한 언택트(untact)에서 벗어나 온택트(on-tact)로 사회 구조와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런 사회변화 속에서 많은 직장인이 새로운 업무 방식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기업 300여개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 회식 등이 줄어들어 코로나19 이후 직원의 업무만족도가 82.9%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직장과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언택트 및 온택트 시대의 조직문화'가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은 지난해 한 포럼에서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부터 조직문화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문화와 조직 구조의 변화가 기업 성패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조사 평가전문회사 스태티스타가 국내 1만500여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0점 만점에 8.30점을 받아 전체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이 1위(8.49점)를 차지했으며, 공공분야에서는 국민연금공단(8.45점), 한국가스안전공사(8.33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평가기준은 가족이나 친지에게 해당 직장을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와 동종 업계 종사자에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였다.

필자는 이 같은 결과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다양한 조직문화 활동을 전개해 왔다. '홀로'가 아닌 '함께'하는 조직문화로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오감(五感, 동감·영감·공감·호감·귀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조직 내 세대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세대 간 공감 문화조성에도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3W 혁신방식을 도입했다. Work Diet(일의 불필요한 요소 제거), Work Way(일하는 방식 개선), Work Value(일의 가치 변화) 등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업무 본질에 보다 집중하고 탐구하는 형태로 업무혁신을 실천했다.

직원들 스스로 합의과정을 거쳐 연구원 3대 핵심가치를 설정했고, 이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그런 덕분인지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구성원의 연구원 핵심가치에 대한 만족도가 전문성(63%→69%), 존중(57%→66%), 소통(53%→71%) 등 2019년 대비 2020년에 큰 폭으로 상승하는 실질적 효과를 거뒀다. 특히 소통에서는 18%포인트(P)가 올랐다. 이는 부서 간 협업프로그램, 익명게시판, 더 좋은 키감(KIGAM)만들기 등을 통해 의사소통 창구를 활성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과학기술 출연 연구기관 중 선도적으로 도입·적용한 재량근로제 등의 유연근로제도 당초 우려했던 근태관리 등의 문제 발생 없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는 유연근로제의 적극 시행이 조직 성과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5점 만점에 4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같은 정부출연연구원들도 공공부문의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사회 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전장(戰場)에서 국가 간 과학기술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생명인 연구개발 분야 연구자들에게 적합한 조직문화를 갖춘 '최고의 직장'을 제공하면 그에 맞는 연구성과를 얻고, 대한민국에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kbc@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