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수혜를 본 식품업계가 기부금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경영이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상장 식품업체 16곳 중 전년 보다 기부금을 늘린 기업은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 자산가들이 잇달아 사재를 출연하는데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논의도 나오면서 '착한 기부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코로나19 대표 수혜 산업으로 꼽힌 식품업계는 특히 이익공유제 추이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28일 국내 주요 식품기업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식품업체 16곳 중 전년보다 기부금 액수를 늘린 기업은 8곳으로 조사됐다.
기부금을 가장 많이 늘린 업체는 하이트진로다. 전년 동기(17억원)에 비해 16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전체 주류사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하이트진로의 경우 '테라'와 '진로이즈백' 등 제품 판매 호조로 충격을 완화해 수익성을 개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부금을 가장 줄인 곳은 KT&G로 2019년 기부금 398억원이 작년 79억원으로 80%나 감소했다. KT&G는 지난 2019년 상상플래닛 청년창업지원센터 건립 등 일회성 대규모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작년 기부액이 크게 준 것으로 보이지만 예년 수준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어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쓴 곳은 CJ제일제당이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648억원을 기부금으로 집행했다. CJ제일제당을 포함해 기부금 50억원 이상을 지출한 업체는 KT&G(79억원), 오뚜기(70억원), 롯데제과(61억원) 등 4개 기업이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작년 매출액(2조760억원)의 0.29%를 기부금으로 사용했다. 이어 오뚜기(0.27%), CJ제일제당(0.26%), KT&G(0.14%), 하이트진로(0.14%), 매일유업(0.12%)순이다.
전체 16곳 기업 중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0.1% 미만인 업체는 절반에 달했다. 기부금 비율이 가장 적은 업체는 동원에프앤비(0.01%)로 나타났고 이어 SPC삼립(0.02%), 신세계푸드(0.03%), 삼양사(0.03%), 오리온(0.05%), 현대그린푸드(0.05%), 농심(0.07%), 풀무원(0.08%) 등이다.
한편 롯데푸드의 경우 최근 몇년 전부터 기타비용에 대한 세부 사항에 기부 액수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기부금이 사회공헌(CSR)이나 CSV 활동 판단에 대한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기부 액수가 적은 업체들은 여론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