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구리점이 다음 달 영업을 종료한다. 임대 계약 만료에도 공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중소형 마트인 엘마트에 운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관내 유일한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서 소비자 불편은 물론 구리점을 거점삼아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던 롯데 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는 시유지인 구리유통종합시장 부지 운영자로 엘마트를 선정했다. 해당 부지는 롯데쇼핑이 1999년부터 임대해 롯데마트 구리점으로 운영해왔지만 최근 임대차 기간이 종료됐다. 롯데는 재임대를 위한 공개입찰에 응찰하지 않아 네 차례 유찰 됐고, 연간 임대료가 47억원에서 33억원까지 낮아지자 5차 공모에서 엘마트가 단독 응찰하며 운영권 낙찰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시에서 제시한 부지 입찰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했다. 경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응찰하지 않았지만 엘마트가 갑작스레 뛰어들면서 22년간 운영해 온 롯데마트 5호점인 구리점을 넘겨주게 됐다.
롯데마트는 시설 철수 작업에 들어가 내달 2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구리점 운영을 종료한다. 해당 부지 절반은 엘마트가, 나머지 유휴부지는 시에서 주민센터와 예비 청년창업자를 위한 공유주방 등으로 활용한다.
롯데마트는 임대료를 낮추려다 알짜매장인 구리점을 잃게 됐다. 구리점은 롯데마트 지점 중에도 규모가 큰 대형 매장인데다, 관내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경쟁사가 없는 유일한 대형마트로 입지 경쟁력도 탄탄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구리점은 부실 매장이 아닌 오히려 실적이 좋은 우수 점포 중 하나”라며 “작년부터 구조조정 차원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하고 있지만 구리점은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구리점은 롯데가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위해 추진하는 '세미다크 스토어' 거점 매장이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잠실점과 구리점을 매장 후방에 배송 전용 자동화 설비를 갖춘 세미다크 스토어로 선보였다. 올해 총 29개 세미다크 스토어를 확대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5배 늘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구리점의 경우 배송 거점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롯데마트 구리점 다크스토어는 구리시를 비롯해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신내동과 남양주시 일부 권역 배송을 맡아왔다. 앞으로 롯데마트 중계점과 강변점에서 구리 권역 배송을 나눠 맡게 되면서 물류 케파(Capa)에도 과부하가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다섯 차례 무응찰이라는 무리한 전략을 짠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면서 “인구 20만 구리시에 대형마트가 한 곳도 남지 않게 되면서 지역 주민들도 소비 생활에 불편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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