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압승에도...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불 붙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철완 상무. [사진=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철완 상무. [사진=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으나 분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분쟁 당사자인 박철완 상무 측은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확인했고, 향후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하다.

26일 금호석유화학은 제44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제시한 핵심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앞서 사측은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금 각각 주당 4200원(대주주 4000원), 4250원으로 확대 △이사회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내부거래 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 △사내이사 백종훈 영업본부장 전무 선임 △사외이사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선임 △감사위원 황이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선임 등을 주총 안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애초 이번 정기주주총회 결과는 안개 속이었다.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 기구인 ISS 등은 박찬구 회장 편에 섰으나, 소액주주와 기타 기관들을 중심으로 박철완 상무 지지가 이어졌다. 앞서 박 상무 측은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배당 확대 등을 주총 안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본인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자사주 소각·계열사 상장·비영업용 자산 매각·사업전략 강화 등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다양성 갖춘 이사회 구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향후 5년 내 시가총액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박철완 상무 측은 '완패'에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 실제 박 상무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금호석유화학 지분 0.05%를 약 30억원에 사들였다. 박 상무와는 특수관계인으로 묶였다. 허 회장이 범GS그룹가라는 점에서 '확전' 포석으로 해석됐다. 박 상무와 2년씩 터울인 누나 3명도 전 대우그룹, 동국제강, 일진그룹 등 일가와 혼인한 만큼, 이들이 후방 지원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박 상무 측은 본인 사내이사 선임 표결에서 52.7%에 이르는 높은 지지까지 받았다. 찬성 주주로는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 세계 최대 국부펀드(GPFG) 운용기관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 등을 아우른다.

이와 관련 박 상무 측도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별도 입장문에서 “(이번 결과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도 (금호석유화학그룹)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업계는 이번 금호석유화학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해 실보다 득이 많다는 분석이다. 선진 기업으로 도약할 트리거(방아쇠)가 됐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정기주총에 앞서 “2025년 매출액 9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성장전략 추진을 가속하고,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와 선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구 회장은 주총 결과에 대해 “무엇보다 주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면서 “임직원들은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ESG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향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