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벚꽃은 관측을 시작한 이래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피었다고 한다. 빨라지는 개화 시기는 기후 온난화 영향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한다.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은 매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2015년에 채택된 '파리협정'과 2018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45차 총회에서 승인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제안에 따라 2050년에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거나 목표로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0월 대통령 국정연설에서 이를 천명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경제 사회 구조의 총체적 변화가 요구된다. 그 중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에너지원 문제다. 지구상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원자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태양에너지에 근원을 두고 있다.
수소가스 덩어리인 태양은 수소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해 우주 공간으로 뿜어내고, 그 일부가 지구에 도달한다. 석탄, 석유, 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는 태양에서 만들어진 핵융합에너지를 탄소 화합물에 저장한 것이고, 풍력은 공기 중에 태양 핵융합에너지가 저장된 것이며, 태양광은 직접 태양 핵융합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은 극도로 제한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비중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친환경적이며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에너지원은 선택 여지가 많지 않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어 친환경적이지만, 지역과 환경에 따른 편차가 커, 대량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이런 재생에너지들의 단점을 보완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대안은 결국 태양에서와 유사한 핵융합에너지를 지구상에서 직접 구현하는 것이다.
핵융합에너지는 1950년대부터 개발이 추진됐으나, 지난 20여년 사이 개발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해 이전 단순 기초연구 단계를 넘어 공학적 개발단계로 진입했다. 고도로 발전하는 주변 기술과 더불어 핵융합에너지 실현이 점점 더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생산 실증을 위해 핵융합 7개 선도국이 공동 건설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현재 공정률 70%를 넘어, 2025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핵융합연구장치 KSTAR는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2년 전 처음 달성한 뒤로 매년 몇 배 이상 유지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하며 이전 어떤 핵융합연구장치도 도달하지 못한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 기술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핵융합 선도국들은 핵융합으로 전기생산 실증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이미 2030년대 핵융합에너지 실증 장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선도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중점계획 중 하나로 세계 최초로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을 위한 장치(STEP)를 2040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부지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역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을 2035~2040년 해야 한다는 제안에 따라 지난달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방안에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담았다.
이는 핵융합에너지가 더 이상 먼 미래를 위한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확보해야 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토 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탄소중립을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핵융합에너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 형태로 태양으로부터 얻은 핵융합에너지이건 인공적으로 생산한 핵융합에너지이건 간에 '핵융합에너지'에 의해 유지되는 셈이 될 것이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 sjyoo@kf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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