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 유세전도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마타도어' '막말' 공세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정책 혼란 와중에 LH 투기 사태까지 터지면서 이번 선거전은 후보자의 부동산 투명성을 검증하는 대결의 장이 됐다. 후보자들은 물론 당까지 모두 총동원돼 상대 후보의 부동산 흠결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정권 및 현 정권의 아바타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서울시장 선거는 여권과 야권 대결의 장이 됐다. 앞서 단일화를 통해 형성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야권 연대는 정권탈환을 위한 교두보로 간주한다. 양측 모두 사활을 걸었다.
이번 서울시장 공방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점은 후보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문제로 선거가 시작되긴 했지만, 실제 표심을 움직이는 핵심 이슈로는 여야 모두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다. 박 후보와 오 후보 모두에게 제기되는 핵심 의혹 역시 부동산 투기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오 후보에게 제기되는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이 대표적이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현직으로 있을 당시 내곡동 그린벨트를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하는 데 관여했다는 것으로, 최근에는 오 후보가 배우자와 땅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추가 의혹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처가가 상속을 통해 오랫동안 소유한 땅이며 땅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여권 공세는 계속된다. 특히 오 후보는 관련 의혹에 대해 문제가 있을 시 “후보직을 사퇴하겠다” 언급한 터라, 여권에서는 추가 증언에 따라 오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높이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도쿄 아파트가 문제 되면서 투기와 친일 공격을 받고 있다. 박 후보 역시 오 후보와 마찬가지로 배우자 소유의 부동산이지만, 야권 검증대에 올랐다. 야권은 현 정권이 1가구 1주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박 후보가 일본 도쿄 아파트를 소유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 여권이 야권을 향해 했던 친일 공세를 되돌려주는 모습이다.
박 후보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한 후 해당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임대수익을 올렸던 것도 문제 삼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배우자 입국 후 바로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었고, 현재 매도 계약을 체결, 곧 잔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야권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유세전에서 나온 공약에 대한 공방도 치열하다. 오 후보는 박 후보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재난위로금 10만원 지급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공격했다. 서울시 올해 예산은 지난해 이미 결정됐고, 시의회에서 3월에 집행이 다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박 후보자 측은 재난위로금 10만원은 돈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고 지난해 서울시 결산 잉여금으로 쓰는 것이라 즉시 집행할 수 있다고 반격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원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 공약인 SH 분양원가 공개를 이미 15년 전에 자신이 서울시장 취임 3개월 만에 발표한 정책이라고 했고, 박 후보 측은 '철 지난 저작권 타령'이라며 “오 후보는 이명박 정권 당시 '분양 원가 공개' 축소·폐지를 막지 못했다”며 정책적 소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공방은 프레임 논쟁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여권은 오 후보를 'MB 아바타'로 야권은 박 후보를 '文 아바타'로 지칭하며 정책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토목 사업 부활과 재개발·재건축 확대 공약을 지목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4대강 사업 등 과거 이 전 대통령과 같은 토건 중심 정책을 되풀이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오 후보의 해명이 과거 BBK 사건에 대한 이 전 대통령 거짓과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결한다. 문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文 아바타'인 박 후보가 이어갈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을 언급하며, 박 후보 역시 이번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당 차원의 막말 경계령도 계속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29일 선대위 회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과도한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며 “과도하고 혐오스러운 표현은 오히려 후보 검증의 취지를 흐리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의 수준이 고도로 높은 만큼 막말 같은 건 가급적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 박영선-오세훈 후보, 주요 공방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