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난 쿠팡 일본 진출…당분간 국내 집중할 듯

(좌측부터)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좌측부터)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소프트뱅크그룹이 쿠팡이 일본 진출을 타진했다는 외신 보도를 부인했다. 쿠팡의 국내 사업 투자 여력을 감안하면 당분간 일본을 포함한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국내 물류 인프라 구축과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손정의 회장은 일본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쿠팡의 일본 론칭을 언급한 바 없다"는 입장문을 게시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자회사 Z홀딩스를 통한 쿠팡의 일본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홀딩스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경영을 통합해 출범한 중간 지주회사다. Z홀딩스를 통한 쿠팡의 일본 진출이 성사될 경우, 국내 e커머스 경쟁사인 네이버와 쿠팡이 일본에서 손잡는 구도가 되는 만큼 이목이 쏠렸지만 소프트뱅크 측이 공식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당초 쿠팡의 일본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까닭은 일본 e커머스 시장 규모와 성장성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일본의 e커머스 시장 규모는 1025억달러로 한국(1049억달러)에 이은 세계 5위 시장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4%로 전세계 평균(16.3%)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경우 e커머스 시장 비중이 35.8%로 가장 높다.

쿠팡의 일본 진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뚜렷한 선두 사업자가 없는 국내 e커머스 시장과 달리 일본은 아마존과 라쿠텐이 압도적 점유율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과점 체제다. 특히 쿠팡의 사업모델과 유사한 아마존 재팬이 일본 시장 1위 사업자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 사업 모델로는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대규모 물류센터 거점이 필요한 쿠팡 사업모델 특성상 일본에 물류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쿠팡 역시 당분간은 한국에서 몸집을 불리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전라북도 완주군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쿠팡플레이에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함께 Z홀딩스를 출범하고 일본 e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모델도 일본에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6월 메신저 서비스 라인과 스마트스토어를 결합한 메신저 커머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일본 음식배달 시장 공략을 위한 쿠팡이츠 등 연계 사업 진출 역시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미 네이버의 일본 투자회사인 네이버제이허브와 Z홀딩스 라인은 일본 최대 음식 배달업체인 데마에칸의 최대주주다. 쿠팡이츠가 Z홀딩스를 통해 들어온다면 데마에칸과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한다.

쿠팡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우버이츠 최대주주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앞서 우버이츠가 한국 시장에서 2년 만에 철수한 것도 쿠팡이츠로 힘을 몰아주기 위한 소프트뱅크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서 우버이츠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쿠팡이츠와 사업을 동시 전개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사업 모델을 감안하면 일본보다는 신흥 아시아 국가 진출을 타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