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안선 길이는 지구 둘레의 37%인 1만4963㎞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고 길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매년 수많은 병력과 장비를 해안 경비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구절벽 및 병역기간 단축에 따라 병력 자원이 감소하고 있고, 육안 감시의 한계 등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감시체계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AI 융합 해안경비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AI 융합 해안경비시스템 사업은 감시 대상 목적물의 인식·분석·판단에 필요한 데이터를 폐쇄회로(CC)TV, 레이더, 열상감시장비(TOD)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통해 수집하고 학습시켜서 지능화한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AI 사업은 목표에 맞는 학습데이터를 정의하고 이를 수집하는 체계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국방부와 사업에 참여한 AI 전문기업은 지난 1년 동안 협업을 진행해 사업 목적에 맞는 데이터 세트 5만여개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AI 학습을 통해 주야간 통합 인식률 80%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향후 사업에서는 감시 대상 목적물에 대한 인식률을 더 향상하는 것은 물론 목적물 이상 징후를 해석할 수 있는 학습데이터 획득과 해무·태풍 같은 좋지 않은 기상 상황에서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AI 융합 해안경비시스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국방 경계의 과학화라는 목표를 넘어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감시 대상 목적물, 이상 징후와 관련된 군(軍) 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연관돼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접근하거나 확보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데이터 획득과 기술 개발, 현장 실증을 지원하고 개발된 시스템을 전체 해안에 확산해서 적용한다면 기존 감시체계를 AI 기반의 지능형 감시체계로 대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상감시·해석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전문기업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해안경비 시장은 2021년 29억70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존 육안 감시 체계를 AI 융합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면 세계 각국의 해안은 물론 내륙 국경에도 적용이 가능,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산업단지, 국가중요시설 등 물리적 보안·안전·감시가 필요한 시설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사람의 시각 집중도는 20분이 지나면 5%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숙련된 인력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피로도가 쌓여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AI 기반 지능형 감시체계를 실용화한다면 우리 군은 정확하고 지속적인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부가적으로 감시 인력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기존 해안경비시장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감시체계가 중요한 주요 시설 및 지역에도 활용돼 현재의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새로운 AI 연관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국방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이와 같은 미래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실증사업을 통해 전문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지속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AI 융합 해안경비시스템처럼 국가와 전문기업이 협업하는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