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올해를 ESG 경영 확산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우리 기업이 영업이익 같은 재무성과 중심에서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더욱 중시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 총수를 앞에 두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포용 회복'의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다. ESG 경영은 기업이 이윤 추구보다 노동·환경·윤리 등 사회적 책임을 더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공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이제 변화의 때가 왔다. 기업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신임 회장을 비롯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신임 회장단 이름을 한명씩 언급하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우리 기업이 단기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성과 중심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성과도 중시하는 ESG라는 따뜻한 자본주의 시대를 열어야 할 시점이라는 게 문 대통령 판단이다.
2021년을 '모두를 위한 기업 정신과 ESG 경영' 확산 원년으로 삼고 더 많은 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도 내놨다. 우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제도를 개선한다. ESG 표준 마련과 함께 인센티브 제공도 추진한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고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협력한다. 그린뉴딜 본격 추진에 발맞춰 녹색산업 경쟁력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과 개인, 경제와 환경이 공생하는 새로운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상생의 마음을 더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 선도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서 ESG 경영을 강조한 것은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도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화하고 노동권과 환경, 안전은 경시해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언급하며 세계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기업 CEO들이 고객과 노동자, 거래업체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따뜻하게 끌어안는 새로운 자본주의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공익을 추구하며 다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례도 꼽았다. 에너지업계가 석탄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RE100'과 탄소중립 선언으로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는 한편 친환경 자동차, 수소산업 같은 녹색산업과 폐기물 재활용 등 순환경제로 새롭게 성장하는 길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한 벤처 창업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사회와 기업의 동반 성장에 모범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ESG 경영 등은)단지 책임감만으로 가는 길이 아닐 것”이라면서 “(기업이)더 높이 성장하기 위한 길이며,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생각도 기업과 같다. 2050 탄소중립과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한국판 뉴딜은 환경과 경제·사회가 다 함께, 더 크게 발전하는 기업이 꿈꾸는 미래이자 우리 국민 모두가 꿈꾸는 미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선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평화 김무연 회장, 피유시스 권인욱 대표이사가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에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고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혁신의 주체로서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