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밥 지을 때도 첨가제를 넣나요?”
축산물 업체로 알려진 하림이 최근 즉석밥을 출시하며 내건 홍보 문구다.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등이 경쟁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하림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강력한 차별화 전략으로 삼은 건 제품명(하림 순밥)에서도 드러나듯 '무첨가물 즉석밥'이다.
하림 측은 순밥을 출시하고 '100% 쌀과 물만으로 지은 밥'을 강조하며 자사 제품이 첨가물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도발적인 하림의 홍보 문구는 기존 업체들이 첨가물을 사용해 왔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하림도 이를 노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 CJ제일제당은 밥의 향과 맛을 유지하기 위한 미강 추출물을 넣는다. 미강 추출물은 100% 국산으로 만든 쌀겨 성분으로, 쌀 껍질 속에서 뽑아낸 식품 원료다. 오뚜기는 산도조절제를 넣는다. 산도조절제는 식품 보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면, 치즈, 발효유 등에 흔히 사용된다.
그렇다면 식품첨가물은 유해한 것일까. 식품첨가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일권장량(ADI)을 설정하고 그보다 적은 양을 섭취하도록 관리한다. 과학적으로 필요성과 안전성이 인정돼야 하며, 단독투여독성시험·반복투여독성시험·발암성시험 등 정밀 분석을 거쳐 허가를 받는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식약처에선 소비자들의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수년째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하림의 네거티브 전략에 수년 전 남양유업이 불러온 '카세인산나트륨' 논란이 겹쳐 보인다. 당시 남양유업은 자사 컵커피에 카세인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경쟁사 제품을 문제 삼았다.
카세인산나트륨은 화학적 합성품이지만 정제된 우유 단백질로, '국제식량농업기구(FAO)·세계보건기구(WHO)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1일 허용 섭취량을 설정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남양유업은 네거티브 전략을 통해 비교적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세인산나트륨 논란을 시작으로 당시 기업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다.
하림이 즉석밥 출시를 계기로 종합식품사 도약을 꾀한다. 비방 경쟁보다는 상품의 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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