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난해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실이 1조2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동차 운행량이 줄어들고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을 자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자동차보험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한방의료비가 급증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느슨해지고 있어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실은 3799억원으로 집계 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1조2646억원이 개선된 규모다.
자동차보험은 2017년 266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18년(7237억원 손실), 2019년(1조6445억원 손실) 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개선은 코로나19로 전체 자동차 운행량이 줄면서 사고율(전체 자동차 중 사고 차 비율)이 줄어든 이유가 크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동차 운행량이 줄면서 지난해 자동차 사고율은 15.5%로 집계됐다. 전년(17.8%) 대비 2.3%포인트(P) 개선된 것이다.
지난해 지급된 자동차 보험금은 총 14조4000억원으로 물보상(물적 손해보상)이 7조8000억원으로 54%를 차지했고, 인보상(인적 보상) 6조3000억원(43%), 기타 4000억원(3%) 순이었다.
인보상 관련 주요 보험금 항목 중에서는 향후치료비(3.0%↑), 의료비(12.1%↑) 등이 주로 증가했다. 특히 의료비 중 한방의료비(8849억원)는 전년 대비 1866억원이 늘면서 26.7% 급증했다. 다만 양방의료비(7968억원)는 48억원(-0.6%) 줄었다.
자동차 사고가 줄면서 도장비, 정비공임, 부품비 등 물보상(물건에 대한 보상) 관련 지급된 보험금 규모도 각각 5.2%, 2.6%, 0.7% 감소했다.
손해율 하락에도 자동차보험은 여전히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비율'은 102.2%로 전년(110.7%) 대비 8.5%P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를 웃돌았다.
자동차보험 시장규모는 원수보험료 기준 19조6000억원으로 전년 17조5000억원 대비 11.6%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보험료가 3.4% 인상되고 자동차보험 가입대 수도 2298만대에서 2364만대로 증가한 영향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보험사 중 대형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시장점유율은 84.7% 전년 대비 2.4%P 확대됐다. 반면에 중소형·온라인사 비중은 전년 대비 2.3%P 줄어든 10.0%로 집계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실적개선은 코로나19에 따른 사고율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자동차 운행량이 다시 증가하는 등으로 합산비율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합산비율 추이 등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보험료 인상요인이 없도록 인보상과 물보상 관련 보험금 누수방지 등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