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2>코로나19에 따라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와 우리의 대응

2020년 1월 코로나19 발병 이후 우리는 '뉴노멀'이라는 개념이 회자할 정도로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산업 생태계에서도 변화는 두드러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2021년 1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CES)도 디지털 행사로 진행됐다. 이는 CES 54년 역사상 처음이고, 산업 생태계가 디지털 혁신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짐작케 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CES는 4419개 기업이 출품했지만 2021년에는 디지털 혁신이 준비된 1961개 기업만이 참여했다. 디지털 혁신 역량이 있는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국제적인 전자쇼에 자사 제품의 출품 여부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CES 2021이 1967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 이후 55년 만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성황을 이룬 CES 2020 센트럴홀 입구 모습과 CES 2021 온라인 콘퍼런스, 신제품 사진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표현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CES 2021이 1967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 이후 55년 만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성황을 이룬 CES 2020 센트럴홀 입구 모습과 CES 2021 온라인 콘퍼런스, 신제품 사진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표현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도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제한과 디지털 혁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글로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서 이동 제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해 전방위적 충격이 컸다.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 중단 등 큰 사건도 발생했다. 대표적 사례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 회사가 중국 부품업체의 납품 중단으로 공장 전체가 멈춘 사례다. 또 작년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것도 중국의 마스크 소재인 부직포 수출 금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동안 진행해 온 상생협력을 뛰어넘는 디지털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대응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기업들은 협력 기업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보다는 자국 내 협력 기업 간 협력의 소중함이 드러났다. 이들 기업과의 실질적 디지털 연결을 통해 기존 공급망을 디지털화해 정보를 종합 분석하며 기존 공급망 혁신을 위한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공급망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동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이라는 것을 통해 기업 자체 생산 현장의 자동화와 정보화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 내부 자동화와 정보화만으로는 기업 간 공급망 활동인 구매, 물류, 수위탁 등의 효율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력 산업들의 주요 품목에 대한 디지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며, 이는 소재·부품을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스크 대란과 같이 소재·부품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때 해당 품목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으로 빠른 대처가 가능하고, 위기 발생 때 대안이 될 시장 탐색에도 유리할 것이다.

둘째 디지털 뉴딜, 친환경 뉴딜로 대표되는 신산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상생의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초기 발전 단계인 신산업 분야의 경우 기술, 제조, 디자인, 판매 등 공급망에서 꼭 필요한 생산 요소가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CES 2021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다. 존디어와 캐터필터는 판매된 제품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공유하고, 데이터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서 여기에 스타트업을 참여시켜 추가 서비스를 확장한 사례를 출품했다. 코로나19와 비대면 상황을 맞아 신산업에서 디지털 공급망을 구현하는 것은 신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디지털 기반 국제 기술 협력이 추진돼야 한다. K-방역, K-배터리 등으로 높아진 국가적 위상을 바탕으로 우리와 산업 부문 기술 협력을 하고자 하는 국가가 많아졌다. 대면형 국제 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V(버추얼) 국제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

사이버 국제 기술 협력 미팅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러닝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가 찾아왔다. CES 2021이 품격 높은 마이스 시대를 연 점을 고려할 때 V 국제 기술 협력 실현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박문수 단국대 I-다산LINC+사업단 조교수 amhae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