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햅틱이란 무엇이며 왜 햅틱이 스마트폰의 중요한 요소인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늘은 더 나아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햅틱 모터를 조정하여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또 햅틱 뒤에 숨겨진 생리학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미래의 햅틱 기술에 거는 기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본다.
스마트폰 제조에 맞춤화된 햅틱
시러스 로직(Cirrus Logic)과 같은 햅틱 제조사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하여 각각의 기기에 맞춘 햅틱 경험을 창출한다. 대표적인 것이 햅틱 모터가 작동할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과 울림을 담당하는 LRA(linear resonant actuator, 선형공진동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LRA가 최소 시간 내에 최대 가속을 달성하는 한편, 사용자 인풋이 멈추는 순간 모터가 정지함으로써 사용자가 깔끔한 촉각 피드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요컨대 좋은 햅틱은 기기에 물리적인 버튼이 없어도 마치 물리적인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을 구현해야 한다. 폰의 지문 센서에 손가락을 갖다댈 때나 잠금화면 해제 암호를 입력할 때, 혹은 가상 키보드로 문자메시지를 빠르게 입력할 때 햅틱이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끈한 표면을 터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짧은 진동들은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마트폰 햅틱 피드백의 심리학
지금까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햅틱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알아보았으니, 다음 질문은 “왜?”이다. 햅틱의 심리학적 시사점은 물리적 연결, 정보의 관계, 인풋/아웃풋 동기화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과거의 1세대 블랙베리나 피처폰(feature phone)과는 달리 대부분 스마트폰은 사용자와 기기를 연결하는 물리적인 키보드 없이 매끈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햅틱은 이 유리를 통해 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구현함으로써 사용자가 가상의 키보드로 입력할 때 보다 자신감 있고 만족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키보드를 누를 때 느껴지는 각각의 떨림은 인풋이 입력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반대로 깔끔하지 않은 느낌을 주거나 일체감이 없는 등의 나쁜 햅틱은 기기에 연결된 느낌을 떨어뜨리고, 따라서 사용자 경험을 저해한다.
둘째, 스마트폰은 문자메시지부터 이메일, 캘린더 일정까지 하루에도 수많은 알림을 수신한다. 이 알림들을 구별하기 위해 햅틱 효과를 맞춤화하여, 진동의 느낌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의 정보를 전달한다. 메시지가 왔을 때와 전화가 왔을 때, 주머니 속 폰의 느낌을 떠올려보자. 폰을 직접 보지 않고도 둘 중 어떤 것인지 완벽히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햅틱 기술의 힘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햅틱은 스마트폰의 오디오 요소와 완벽히 동기화되어 사용자 인풋과 피드백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소리와 햅틱을 모두 켠 채 가상 키보드로 입력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진동과 클릭소리 모두가 키를 누르는 엄지의 움직임과 일치한다면, 기기에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면서 기기에 전달하는 명령들에 보다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반면, 햅틱 경험이 좋지 않거나 소리가 진동이나 엄지의 움직임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제공되는 피드백이 매끄럽지 못해, 해당 기능들을 꺼버리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시러스 로직과 같은 프리미엄 햅틱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의 오디오 데이터를 읽고 그것을 햅틱 모터와 동기화할 수 있으므로,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와 타이밍이 맞는 자연스러운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원하는 햅틱의 성능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궁극적으로 햅틱이 스마트폰의 물리적 버튼들을 대체하기를 원하는데, 제조사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기우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기에 장착된 모든 움직이는 부품은 장기간 사용 시 마모되기 마련이다(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떠올려보라). 비록 스마트폰의 제품 수명기간 내에 물리적 버튼이 고장나는 일은 흔치 않지만,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기기를 수리 또는 교체할 수 밖에 없다. 물리적 버튼이 햅틱 피드백을 제공하는 가상 버튼으로 전환되면 될수록 기기의 내구성도 향상된다.
또한 햅틱은 스마트폰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다. 물리적 버튼을 구성하는 부품들은 스마트폰 본체 내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물리적 버튼이 줄어들수록 제조사는 더 얇고 날렵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폴더블 폰 등 새로운 형태를 탐색할 여지가 생긴다.
제조사들은 심지어 햅틱을 통해 사용자 경험에 새로운 차원의 촉각 피드백을 추가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액션 영화를 볼 때 폭발의 느낌이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상상해 보자. 사진을 찍을 때 찰칵 하는 셔터의 느낌이 난다면 어떨까. 햅틱은 또한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음악에도 적용되어, 좋아하는 신곡의 증폭된 저음을 손 안에서 느끼는 경험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시러스 로직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들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