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ESG 체계 완비한 5대 금융지주, ESG 투자 속도

국내 금융권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데 이어 전 계열사에 걸친 금융지주 차원 ESG(경영·사회·지배구조) 경영구조를 완비했다.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과 관련 채권 발행 중단을 넘어 ESG 펀드를 출시하고 관련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ESG 경영을 내재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달 개최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전 계열사에 걸친 ESG 경영 체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ESG 경영을 더 체계화하고 ESG 관련 투자와 대출을 확대하며 실제 사업에 내재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기업 재무성과 외에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경영, 투명경영 등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둔 비재무적 요인이 기업의 새로운 DNA로 자리매김한 게 주효하다. 이미 세계시장에서는 투자결정 시 ESG를 우선 고려하는 등 ESG 경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ESG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관련 분야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전략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슈분석] ESG 체계 완비한 5대 금융지주, ESG 투자 속도

◇일찌감치 팔 걷은 KB·신한·우리, 전 CEO 계열사 참여해 속도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은 지난해 1월 전 계열사가 함께 ESG 이행원칙을 선언하고 금융사 중 처음으로 이사회 내에 ESG경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그룹 차원 ESG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 현황을 관리·감독한다.

KB금융은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으로 'KB 그린웨이 2030'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KB금융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KB금융은 계열사별로 친환경 녹색금융 상품을 개발해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동참하고자 적금과 적립식 ETF로 구성된 'KB맑은하늘' 금융상품 패키지와 ESG요소가 건전한 기업에 투자해 장기성과를 추구하는 ESG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환경산업육성자금 등 녹색여신상품과 친환경발전사업자 대상 KB태양광발전사업자 우대대출 등도 제공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월 운용사 최초로 채권형 ESG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다양한 지속가능채권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8년 10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3억달러 규모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한 이후 꾸준히 ESG 관련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국민카드와 KB캐피탈도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신한금융그룹(회장 조용병)은 금융 본업에 기반한 ESG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희망사회 프로젝트와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양대 축으로 삼아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이해관계자와 함께 변화하는 금융의 선한 영향력을 의미하는 '파이낸스 포 임팩트(Finance for Impact)'를 그룹 ESG 추진 원칙으로 정했다. 각 그룹사 CSSO(전략·지속가능부문 최고책임자)를 임명해 ESG 전략을 각 계열사 실제 경영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월 그룹 ESG 경영 성과를 관리하고 ESG 전략 추진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그룹사 CEO 전원이 참석하는 ESG 추진위원회도 신설했다.

사회적 가치측정 모델인 신한SVMF(Social Value Measurement Framework)를 개발해 ESG 활동의 사회가치를 정교하게 측정하고 이를 전 그룹사에 적용했다. 각 그룹사 ESG 사업성과를 측정·평가하는 ESG 성과관리체계도 구축해 실제 경영활동에 ESG를 내재화하는 시도를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친환경 전용상품(카드 포함)과 보증 대출 5546억원, 친환경인프라 PF 7697억원 신규 지원, 친환경 투자 1조2500억원 신규 지원 등 녹색 투·융자 복합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ESG추진위원회에서 조용병 회장은 “ESG가 기업 리스크 요인으로 점검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기회 창출 영역임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ESG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대비하고 기업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백신과 같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회장 손태승)은 올 초 ESG 경영강화를 핵심전략으로 삼고 ESG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초석을 마련했다. 그룹사 CEO를 위원으로 하는 그룹ESG경영협의회도 신설했다. 지난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사외이사 9인 전원으로 구성된 ESG 경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경영위원회 신설을 확정했다.

지난 2월부터 그룹 ESG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TF를 발족해 중장기 전략 수립, 탄소제로 이행계획 수립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부터 그룹사별 ESG 목표를 부여해 성과평가에 연동한다. 업권별 특성에 맞는 ESG 추진과제를 발굴하고 이행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PF를 중단하고 기존 대출건은 회수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를 금융주선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등 재생발전PF를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을 모두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적정 규모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신용평가사의 ESG 인증 최고등급을 획득해 원화신종자본증권 형태 ESG 채권을 오는 8일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약 9500억원 규모 원화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1월에는 5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 외화 ESG 선순위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올해 탈석탄 선언한 하나, 특화 ESG 투자 준비하는 NH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넥스트 2030, 빅 스텝'으로 정하고 3대 성장전략을 플랫폼, 글로벌, 사회가치금융으로 삼았다. 오는 2050년까지 그룹 전 관계사 적용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지난달 탈석탄을 선언했으며 올해 적도원칙 가입을 목표로 삼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그룹 ESG경영 TF를 신설하고 ESG 경영전략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를 ESG 경영으로 전환하는 체질개선의 해로 삼았다. 새롭게 ESG 전담 부회장 직제를 신설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계열사들은 ESG 금융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9년 6억달러 규모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고 지난해 5000만달러 규모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지난달에는 시중은행 최초로 3자 인증을 받은 그린론(Green Loan)으로 풍력발전개발 지원을 주도하는 등 다양한 ESG 금융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는 각각 3000억원 규모 ESG채권을 발행했다.

NH농협금융지주(회장 손병환)는 'ESG 트랜스포메이션 2025'를 비전으로 삼고 녹색금융과 ESG 투자 활성화, 친환경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이사회에 ESG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CEO가 주관하는 ESG 전략협의회를 운영해 성과관리 등을 한다. 계열사 CEO 대상으로 ESG 요소를 성과평가에 반영해 추진과제와 목표달성을 평가한다.

ESG 관련 투자도 강화하면서 계열사별 특화한 ESG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K-뉴딜과 연계해 2025년까지 총 15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태양광시설 자금대출, ESG 채권, 대체투자, 뉴딜 PEF 조성 등 정부 그린뉴딜에 14조9000억원, 디지털뉴딜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농협금융 자체 ESG 투자는 녹색금융(E)과 사회적책임금융(S)으로 구분해 집행할 계획이다. 녹색금융은 농협 특성을 반영한 특화 ESG 투자를 추진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