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토종 특급호텔의 지난해 객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내국인보다 해외 비즈니스 고객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았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도심 호캉스 수요가 늘었지만 빈 객실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 호텔의 지난해 객실 매출은 총 3611억원으로 전년(6990억원) 대비 48.3% 감소했다. 이는 식음업장(F&B)과 서비스 상품 매출을 제외한 실적이다. 국내 호텔은 외국인 투숙객 감소로 객실점유율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은 251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85.6% 줄었다.
국내외 포함 32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호텔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객실 매출이 1871억원으로 2019년 4335억원 대비 56.8% 줄었다. 호텔 사업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객실 매출이 줄면서 영업손실이 3545억원에 달했다.
신라호텔도 지난해 객실 매출이 1416억원으로 27.7% 감소했다. 국내외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서울신라호텔의 투숙률은 33%로 2019년 82%와 비교해 급감했다.
이마트 자회사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등 해외 비즈니스 고객 비중이 높은 사업장 투숙률이 줄면서 부진할 실적을 거뒀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작년 객실 매출은 324억원으로 53.4% 감소했다. 영업손실 706억원으로 적자폭이 582억원 늘었다.
국내 호텔업계는 빈 객실을 채우기 위해 내국인 호캉스족을 적극 공략했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도심 속 호캉스를 즐기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재택근무를 겨냥한 생활형 장기투숙 상품이나 데이 유즈(대실) 상품까지 내놨지만 부진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들어 소비 심리는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코로나 여파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관광 재개를 기대하긴 힘들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호텔업계는 절반 이하로 급감한 객실점유율(OCC)를 끌어올리기 위한 내수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호텔들은 '한 달 살기' 트렌드에 맞춘 장박 상품을 내놓고, 내국인 신혼부부를 겨냥한 허니문 패키지 등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또한 객실 판매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식음매장 등 부대시설 매출 확보에 주력한다. 이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확대 도입하고 투고 상품 구색도 대폭 강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도심 호텔을 찾는 외국인 투숙객이 줄고 객실 단가마저 떨어지면서 매출 타격이 컸다”면서 “해외 관광 수요가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내국인 수요를 최대한 선점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