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금융지주, 제4 인터넷은행 설립 '모바일 전용' 장점 극대화 관건

이스라엘 르미은행, 2017년 '페퍼' 설립
초개인화 금융 제공...수십만 사용자 확보
전통 은행 단점 배제...독립 운영 강점
해외 성공사례 벤치마킹 '디지털 혁신' 나서

[해설]금융지주, 제4 인터넷은행 설립 '모바일 전용' 장점 극대화 관건

해외에서는 이미 전통 대형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기존 자사 모바일뱅킹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운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도 독자적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스라엘 르미(Leumi)은행이다. 르미은행은 설립된지 120년이 됐다. 르미은행은 자체 인터넷뱅킹이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인터넷전문은행인 페퍼(Pepper)를 2017년 독자 설립했다.

출시 1년이 지나기 전에 페퍼는 수십만 명 사용자를 확보하며 높은 고객 만족도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케페트 루삭 아미노아크 르미은행 최고경영자(CEO)는 페퍼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대에 부딪혔다. 일각에서 이미 인터넷뱅킹이 있는데 굳이 페퍼를 또 만들 필요가 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해설]금융지주, 제4 인터넷은행 설립 '모바일 전용' 장점 극대화 관건

루삭 아미노아크 CEO는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기존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은 기존 레거시 정보기술(IT) 시스템 위에 구축됐지만, 페퍼는 처음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페퍼는 이스라엘 최초의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서 밀레니얼 세대만을 공략했다. 수수료를 받지 않고 지점 방문 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한 이스라엘 최초 '모바일 온리' 은행을 표방했다.

[해설]금융지주, 제4 인터넷은행 설립 '모바일 전용' 장점 극대화 관건

페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초개인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와 유사한 형태로 거래내역, 재무 관리 팁, 계좌주의 소비성향 유관 뉴스기사 등을 제공한다. 또 '페퍼 페이'를 통해 송금 기능도 제공한다. 투자 플랫폼 '페퍼인베스트'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뱅킹 서비스 영역을 지속적을 확장하고 있다. 간편하고 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한 저렴한 수수료 주식 매매를 지원한다.

페퍼는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페퍼의 성공요인으로는 모기업인 르미은행과 독립 운영이 꼽힌다. 기존 대형 르미은행의 유연하지 않은 레거시 시스템, 불편한 사용자 경험, 무거운 금융상품 등 전통 은행의 단점을 배제하고 출발했다.

다만 기존 레거시 은행이 독자적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이 독자적으로 설립한 모바일 온리 은행 '보(BO)'가 있다.

RBS는 모바일 온리 은행 '보'를 2019년 11월 출범시켰다. 은행업의 파괴적 혁신이 다가올 것이라고 결론 내린 RBS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독자적 모바일 은행을 설립한 것이다.

RBS는 보 은행을 통해 레볼루트나 몬조, N26과 같은 ICT 주도 디지털 은행과 경쟁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보 은행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혁신 은행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5개월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고 타 플랫폼 서비스에 통합시켰다.

보 은행이 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로는 초창기 기술 결함,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부재 등이 꼽힌다. 특히 RBS와 경영 전략 견해 차이 등도 서비스 조기 중단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