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형 달 궤도선(KPLO) 발사 일정과 공식 임무를 발표했다. 궤도선은 내년 8월 중 발사, 연말까지 달 궤도에 진입한다. 이후 1년간 달 지표 100㎞ 상공에서 달 표면 촬영, 자기장 측정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까지 발사 지연 사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궤도선 기준 발사일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내년 8월 1일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바드 메릿 섬에 위치한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지구를 벗어난다.
기상, 기술 문제로 기준 발사일에 발사하지 못하면 약 한 달 이내 다시 발사를 시도한다. 달 궤도에 진입하는 궤도 설계상 8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어느 날 발사해도 달 궤도에 진입하는 날짜가 똑같다. 궤도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지구→달 궤도 전이를 거쳐 12월 16일께 달 궤도에 도착한다.
우리나라는 궤도선이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으로 탄도달전이(BLT)를 선택했다. 달 궤도선은 태양, 지구 등 주변 천체 중력을 활용, 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달에 도달한다. 이를 '스윙바이'라고 한다. 옥상에서 나뭇잎 한 장을 떨어트려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도달하는 것에 비유한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만 BLT 성공 경험이 있다.
BLT는 태양 중력도 활용하기 때문에 궤도선은 120만~190만㎞ 심우주를 거쳐 돌아간다. 궤도선은 총 이동거리는 240만㎞에서 최대 380만㎞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먼 길을 돌아 장거리 통신기술과 제어 기술이 필수다. 보통 거리가 두 배 멀어지면 통신 신호는 4분의 1로 줄어든다. 심우주를 비행하는 궤도선과 지구의 지상국 간 통신을 원활하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기술 부담이 적지 않은 BLT를 선택한 이유는 궤도선 중량 때문이다. 당초 중국, 일본, 인도처럼 지구를 여러번 회전해 달 궤도에 진입하는 위상전이궤도를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궤도선 중량이 550㎏에서 678㎏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연료 소비량도 늘어나게 됐는데, 이는 곧 연료탱크를 재설계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궤도선 개발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위상전이궤도 대비 연료를 25% 줄일 수 있는 BLT를 선택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사업단)은 지난해 자체 설계한 BLT 궤도를 기반으로 8월 1일 발사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스페이스X로부터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궤도선이 달 궤도에 진입하면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탑재체 6종을 활용해 달 지형 등을 연구하게 된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하는 고해상도카메라(LUTI)는 최대 해상도 5m 이하, 위치오차 225m 이하로 달 표면을 관측한다. 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하는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a)는 100m급 해상도로 달 표면의 편광영상 및 티타늄 지도를 산출한다.
경희대가 개발하는 자기장측정기(KMAG)는 달 주위의 미세한 자기장(±1,000nT 범위)을 측정해 달 표면에 특이하게 분포하는 자기 이상지역을 찾는다. 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하는 감마선분광기(KGRS)는 달 표면의 감마선 측정자료를 수집해 5종 이상의 달 원소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하는 우주인터넷(DTN) 검증기는 지구와 달 궤도선 간 우주인터넷 통신기술을 검증한다.
NASA에서 개발하는 섀도캠(ShadowCam)은 영구 음영지역에 대한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로 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달 극 지역을 촬영한다. NASA의 유인 달 남극 착륙 미션의 착륙 후보지 탐색이 주목적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달 궤도선 본체 주 구조체는 계획보다 1개월 앞서 지난해 10월에 납품됐다. 추진 모듈은 6월 이전 납품을 목표로 개발 정상 추진 중이다. 탑재체는 국내 개발 5종은 지난해 12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입고 완료됐다. 섀도캠도 개발 완료돼 6월 중 입고될 예정이다. 심우주지상국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35m급 심우주지상국 안테나 설치를 완료했다. 올해 안에 전 구축 공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궤도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전이시키면 세계 7번째로 달에 위성을 보낸 국가가 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