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와 신규 펀드 결성, 자금회수까지 벤처투자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데이터와 통계 같은 인프라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벤처투자통계를 보다 세밀하게 집계하기 위해 구성했던 민간 협의체는 사실상 가동중단 상태다. 월별로 발표하던 벤처캐피털 투자 현황도 분기 단위 발표로 전환했다. 시장은 커지는데 오히려 시장 정보는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9년 6월 창업투자조합과 신기술투자조합이 벤처투자 현황과 통계를 민간 차원에서 종합 제공하기 위해 출범한 민간 벤처투자협의회가 2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당초 민간 벤처투자협의회는 여신금융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 8개 기관이 모여 투자 실적을 반기별로 통합발표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유관 부처와 민간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제공하기로 정부와도 이미 합의를 마쳤지만 결국 유명무실하게 됐다”면서 “중기부에서는 창투사 실적만 성과로 취급하려 하고 금융위에서도 통계 제공을 꺼려하는 부처간 기 싸움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벤처투자시장을 둘러싼 금융위와 중기부의 다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책기관에 따라 출자 대상을 창투사 또는 창투조합, PEF 등으로 한정하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창투사와 신기술금융사는 각각 보고 대상 정부부처가 다르다. 양쪽 눈치를 보느라 일은 두 세배로 늘어난다는 VC업계 불만도 있다.
최근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으로 액셀러레이터 겸업 VC의 자진반납이 이어진 것 역시 문제점을 드러낸다. 애매한 조항에서는 서로 다른 부처의 해석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부 통제 차원에서 차라리 한쪽 라이센스를 반납하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관리감독을 두 군데에서 하다 보니 불필요한 일이 자꾸 발생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분기 단위로 이뤄지는 통계 발표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중기부는 지난해부터 매달 집계하던 투자 통계를 분기 단위로 바꿔 공개하고 있다. 월단위로 투자 실적을 공개하면 변경 사항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중기부의 개편 이유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년째 이뤄지던 통계 제공 방식을 갑자기 변경하면서 시계열 단위로 변동되는 투자 현황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실적 감소가 우려되자 입맛대로 통계를 내고 싶어 제공 방식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장의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기초 통계부터 제대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라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관계 부처가 협력해 인프라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