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모바일에서 고지받고 바로 납부할 수 있는 '오픈지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기존 고지서로 제공해온 은행권 가상계좌·텔레뱅킹 서비스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따라 지로 이용기관으로부터 건당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를 받아온 은행의 관련 수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이 최근 종이고지서 대신 온라인과 모바일로 요금고지를 대신하는 종이없는 오픈지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은행권의 관련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픈지로는 도시가스, 신문, 전기, 아파트관리비, 협회비, 학교공납금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요금을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고지받게 된다. 기존에는 종이와 모바일로 같이 고지되더라도 별도 가상계좌를 이용해 요금을 납부해왔으나 오픈지로에서는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모바일 SNS로 고지받고 바로 납부버튼을 누르면 된다.
생활 서비스 요금뿐만 아니라 교회 헌금이나 기부금 등도 오픈지로로 납부할 수 있다. 금결원은 협약을 맺은 전사자원관리(ERP) 개발사에 오픈API 방식으로 모바일 예배안내(주보)와 헌금 납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ERP 솔루션을 적용한 종교단체나 기부단체는 ERP 프로그램에서 지로요금 고지·수납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빠르고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오픈지로 서비스에는 간편결제 사업자인 NHN페이코와 앱 기반 전자결제대행사 쇼비즈팜이 참여하고 있다. ERP 개발사인 알토란ERP와 통합빌링관리 기업 TNB소프트와도 협약을 맺었다.
이 외에 여러 ERP 개발사와 지로발급단체가 오픈지로 생태계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추후 기반 확대가 예상된다.
오픈지로 서비스 도입에 따라 은행권은 기존에 제공해온 가상계좌와 텔레뱅킹 서비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환경에 처했다. 통상 요금 납부자가 여러 은행의 가상계좌나 텔레뱅킹 중 하나를 택해 납부하는데 건당 이체 수수료를 요금고지 기관이 은행에 제공해왔다.
은행별로 지로 서비스에 따른 가상계좌·텔레뱅킹 이체 수수료는 다르다. 건당 300원 안팎 수준이며 일부 은행은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고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로 서비스에서 한 은행당 연간 100억~200억원 규모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픈지로 환경이 열리면서 간편결제 기업들도 이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오픈API 방식으로 오픈지로 시스템과 연동하면 새로운 사용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가 잦아지면서 교인에게 모바일 헌금을 안내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고지 기관은 수수료와 종이발급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납부자는 납부방식이 간편해져 오픈지로 생태계 참여 확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