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라 소재부품 시장 변화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축소되며 소재부품 업계는 그동안 고객사를 다변화하거나 사업 전환을 추진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해왔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전자만 남게 되면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 업계 전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LG 사업 철수…부품산업 영향은
LG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2000만~3000만대 수준이다. 연산 3억대를 만드는 삼성전자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하다. LG전자는 일부 플래그십 모델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외주 생산에 맡겼다. 업계에 따르면 LG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태로 조달한 스마트폰 비중은 전체의 약 70~80%에 달한다.
그동안 연속된 적자와 사업 위축으로 LG전자 스마트폰 협력사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안테나 협력사이던 A사는 업종을 전환했고, 생체인식 분야에서 협력한 B사는 LG와의 거래 감소로 다른 신규 사업을 물색 중이다.
국내 부품 협력사들은 영향을 받은 지 오래여서 LG전자 사업 철수 결정에 따른 급작스런 변화는 크게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OEM이나 ODM 관련 중국 업체들의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업체 주도로 부품을 선정하고 LG에 스마트폰을 공급했기 때문에 LG전자의 사업 철수는 그간 공급했던 부품 업체들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에는 그동안 BOE, 티안마 등 중국산 패널이 주로 쓰였다. 또 스마트폰 핵심인 카메라도 써니옵티컬, 코웰 등 중국산이 대부분이었다. LG그룹 내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인 LG이노텍도 LG전자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칠 정도다. LG에너지솔루션도 스마트폰 등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LG전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 업계에 끼치는 단기적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산업계에 부정적 요소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내 부품사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제 삼성전자만 남게 된 상황이어서 중국 부품 업체들의 공세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를 거래처로 두던 중국 부품사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삼성전자 공급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돼 기존에 삼성과 거래하던 국내 부품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 확보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어 중국 부품 업체들의 공세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른 제품 공급망 안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BOE, 퀄컴 등 기존 협력사는 LG전자에 제품 공급 중단에 따른 비용 보전 문제가 남았다. LG전자가 협력사와 재고 자산 및 투자 비용을 두고 비용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쟁 등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LG전자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국내외 거래선과 협력사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조만간 협력사와의 비용 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 철수를 발표한 만큼 기존 협력 업체들과 협의할 부분이 있으면 충분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