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결정의 날이 밝았다. 각 후보들은 120일간의 선거운동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표심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을 앞둔 최종 모의고사로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여권과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이 사활을 걸고 있다. 결과에 따라 지난 총선 여권의 180석 대승 연장과 야권의 전국선거 연패탈출 여부도 갈린다.
이번 재보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는 서울·부산시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 총인구는 약 1400만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의 패권이 걸리면서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7일 재보선이 치러지는 곳은 21군데이지만, 선거인 수는 1216만1624명으로 지난 21대 총선 선거인 수 4399만4247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사실상 전국선거 수준의 의미가 담긴 셈이다.
최초 후보 선정에서부터, 후보 단일화, 그리고 6일 마지막 선거 유세까지 여야 모두 가시밭길 행군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인해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반면에 부동산 정책 실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선호도가 계속 하락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결국 재보선에 민주당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면서 후보 출마를 결정하는 강수를 뒀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가 절실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후보자들의 출마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은 많았지만, 전임 시장들의 성비위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뒤늦게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하고 나서야 재보선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대비 유리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를 맞이했지만, 인물난이라는 꼬리표에 시달렸다. 그나마 거론되던 인물들도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상태라, 승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유력주자로 거론됐었다. 반면에 당 경선 과정에서는 서울시장에는 8명, 부산시장에는 6명이 나서면서 컨벤션 효과를 보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단일화를 통한 흥행경쟁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자체 경선에서 많은 후보가 나서진 않았지만, 박영선 후보가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 연이어 벌인 단일화 경쟁에 승리하면서 여권 대표 후보로 올라섰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출마 선언을 한 오세훈 후보가 당 최종경선에 승리하면서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승리하면서 기세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지각 출마선언을 했던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여권, 야권 대표주자로 표심의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여야 정당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안에서부터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두고 연일 충돌했다. 서로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과 공약이 난무한다는 비판을 주고받았다.
가장 큰 변수는 부동산이다. 연이은 부동산 실책으로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 발생한 LH 신도시 투기 사태는 여야 모두 부동산 공약에 집중하고 상대방 흠결을 추궁하는 선거판도를 가져왔다. 야권은 LH 투기 사태를 현 정권의 민낯이라며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여권은 쇄신을 강조하며 이전과는 다른 부동산 정책을 약속하고 나섰다.
후보자들간 공세도 부동산에 집중됐다. 여권이 오세훈 후보에 대해 제기하는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이 대표적이다. 박형준 후보에 대해서는 부산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이 언급되고 있다. 야권 역시 박영선 후보의 동경 아파트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김영춘 후보에게는 서울 광진구 아파트 보유를 문제 삼았다. 출마 시점 부터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부동산 의혹은 수많은 공세와 해명만 오고가며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6일 마지막 유세에 나선 후보자들은 최종 일정으로 민생소통을 택했다.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는 각각 광화문 거리 인사와 평화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고, 김영춘 후보는 '김영춘 승리의 길' 유세 퍼레이드를 벌였고, 박형준 후보 역시 해운대를 시작해 부산 전역을 돌고 서면에서 총력 유세에 나섰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