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휴먼 기술로 최근 주목받는 EVR STUDIO가 실감 콘텐츠와 함께 대중과 함께하는 '메타버스(meta+universe)' 생태계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서울 서초구 EVR STUDIO 본사에서 김지현 디지털휴먼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EVR STUDIO는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를 모회사로 둔 설립 6년차 디지털 콘텐츠 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함께 해온 헐리우드 시각 효과 디자이너를 비롯한 전문 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반응형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디지털 휴먼캐릭터를 연구, 2017년 포브스 선정 '모두가 지금 주목해야 할 아시아의 스타트업', 2019년 에픽게임즈 '언리얼 데브 그랜트(Unreal Dev Grant)' 등 영예를 차지했다.
김 팀장은 XL게임즈(아크에이지, XL1)와 콘솔 중심 게임 개발사 2K게임즈(NBA 온라인·콘솔) 등 경력과 함께 EVR STUDIO 설립 초창기 때부터 함께 해온 업계 15년차 캐릭터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바른손이엔에이가 발표한 가상현실(VR) 게임 '데이드림'은 물론 2017년 첫선을 보인 국산 디지털 휴먼의 혁신 '프로젝트M' 캐릭터 등을 만들어냈으며,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가상캐릭터 '시라'와 함께 배우 이홍내·허성태를 내세운 액션게임 '프로젝트TH'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데 몰입하고 있다.
-3차원(D) 캐릭터 모델링 업력이 15년이다. 업계에 첫발을 들인 계기는.
▲원래 좋아했던 미술 분야에 심취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디자인 쪽으로 길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게임 파이널판타지7·8 시리즈와 OST에서 은근한 감동을 느꼈다. 특히 사람이 아닌 가상 캐릭터가 표현하는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이후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빠졌고 16년째에 이르렀다.
-EVR STUDIO에 합류한 이유는.
▲게임업계에 뛰어든 동기가 감정적인 요소까지 일으키는 캐릭터의 구현이었기에 늘 꿈이 있었다. XL게임즈부터 세계적인 기업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산하 2K게임즈까지 모바일·트리플A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캐릭터를 만들어왔지만 전체적인 동작이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등에 국한돼 있었다. 2016년쯤 VR로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겠다는 기업비전을 내세운 EVR STUDIO에서 제의를 받아들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모바일·PC·콘솔 등 플랫폼은 물론 장르 측면에서도 여러 캐릭터 경험이 있다. 장르별 차이는 무엇인가.
▲게임 장르에 따른 주된 요소가 캐릭터를 결정한다. 레이싱은 당연히 메인인 차량의 물리적 움직임에 핵심을 둔다. 또 스포츠 장르는 해당 종목 속 인물의 동적인 움직임에 비중을 둔다.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는 거대한 오픈월드 속 프리 캐릭터, 유저마다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캐릭터들은 각 장르에 필요한 핵심 수요에 집중된 모습이다.
-3D 캐릭터 활용 콘텐츠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로서 최근 경향을 어떻게 보는가.
▲기술 발전을 토대로 점점 더 현실감 있는 캐릭터가 출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는 메타버스까지 구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밀묘사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처럼 감정 묘사까지 요구될 것이다. 실제 유튜브상 인기 V튜버처럼 말이다. 이에 EVR STUDIO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휴먼 기술은 그에 선도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부터 게임 '프로젝트TH'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소개하자면.
▲2016년 설립 당시부터 차근차근 쌓아왔던 디지털 휴먼 기술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대중적으로 선보이고자 방향성을 잡아나간 것이 현재의 프로젝트TH다. 리얼타임 능동형 게임 구축을 통해 업계 내에서의 다양성 부여는 물론 관련 기술을 응용한 콘텐츠 전반의 진화와 메타버스 구현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적극 해나가고 있다. 세부적으로 프로젝트TH는 어드벤처 액션게임이다. 웹툰 '무당'에 근거한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캐릭터가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스토리를 완료하는 과정 속에서 유저에게 몰입감과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임 개발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나? 세부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앞서 말했듯 EVR STUDIO는 전통 게임 산업에서의 캐릭터 모델링은 물론 기존 애니메이터가 하던 '표정구현'(Facial Animation)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자체 스캔시스템 '라이트 스피어'(Light Sphere)를 통한 100컷 이상 인물 촬영과 인하우스툴인 '이브이알 어드밴스드 리그'(EVR Advanced Rig)를 사용한 리터칭으로 기반을 만들고, 실제 인체에 적용되는 의상 제작 과정과 헤어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얼핏 가상이라 생각되기 어려울 정도의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디지털 휴먼이라는 명확한 방향성과 함께 일련의 것들을 가다듬다 보니 예상외로 더욱 수준 높은 것들이 탄생하고 있다. 여기에 당초 목표인 리얼타임 인터랙티브형 게임으로서 프로그래밍이 더해진다면 정말 깜짝 놀랄 것이다. 아직 출시 시기를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그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가다듬고 있다.
-게임 메인 모델로 이홍내, 허성태 등 배우를 내세웠다.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초창기 대외적으로 알리기 전에 모델링 촬영을 했다. 기획사 대표와 배우가 리얼타임으로 구동되는 캐릭터를 보면서 신기해하고 놀라기도 하더라.
-인물 스캐닝을 비롯해 디지털 휴먼 구현은 콘텐츠 분야 패러다임을 열 키워드로서도 작용할 듯하다. 비전은 어떻게 보는지.
▲메타버스나 디지털 휴먼이 최근 용어 정의와 함께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다만 그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나 사양이 부족했던 것뿐이다. V튜버나 앵커, 디지털 아이돌, 디지털 기획사 등 단순히 게임 콘텐츠를 넘어서 다양한 부가산업 창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동적인 캐릭터뿐만 아니라 AI와 결합된 형태의 인터랙션형 가상 캐릭터라면 그 범위는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실제로 고인이 된 옛 가수를 추모하는 가요 프로그램처럼 실제적인 디지털 아카이빙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문제시되는 딥페이크와는 실질적으로 개념이 다른 기술로서 인터랙티브형 캐릭터감으로 인해 악용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와 각오.
▲전통 게임 캐릭터 모델러에서 한층 더 나아가 디지털 휴먼 구현에 나선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기술과 아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제작 기반을 다듬으며 마무리 단계까지 왔다. 우선 프로젝트TH 완성과 그에 따른 디지털 휴먼 기술을 구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싶다. 그를 토대로 업계 내외에 새로운 발전 방향성과 영감을 제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업계나 대중이 프로젝트TH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발전을 준비하는 EVR STUDIO를 통해 많은 유능한 개발자, 디자이너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인재들의 관심과 지원도 부탁드린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