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정치권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시작하며 내년 3월 대선을 위한 경선 준비에도 나서야 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 경쟁이 본선에 진입한 셈이다. 승자는 분위기를 바로 내년 대선 체제로 이어갈 수 있지만, 패자는 당부터 챙겨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을 맞이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번 재보선 승패가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어질 전당대회를 시작해 여름과 가을에 진행될 대통령 후보 경선, 그리고 대선까지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승패의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야 모두 승리가 절실하다. 민주당은 전임 시장들의 성비위 문제, 부동산 정책 혼란, 주요 여권 인사의 전·월세 문제 등 악재를 이번 기회에 털고 가야 한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집권 여당의 힘을 활용해 순풍에 돛단 듯 정권 재창출 동력을 되살릴 수 있다. 여권을 향하던 심판론도 자체적인 쇄신의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원팀' 기조도 힘을 받게 된다. 민주당 중심으로 추진되던 검찰개혁 등 적폐청산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당 대표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당 대표 후보로는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패배 시에는 당장 당내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당 내부에서는 10%P 이상 큰 차이로 패배할 경우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대위 체제 필요성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권력으로 집중 조명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선 경선 연기론도 다시 논의될 수 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강한 반발로 잠시 물 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선거 패배 후 당 쇄신 작업 일정상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과 비문 세력간 갈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 일각에서는 민심 이반이 정권 정책실패에 기인한 부분도 있는 만큼 당내 친문 세력에 대한 견제와 강성 지지층에 대한 선긋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본다. 다만 패배가 당내 의원들 탈당이나 분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반격의 서막을 열게 된다. 우선적으로 당헌·당규를 고치고 당명까지 고치며 쇄신을 주도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비대위체제를 종식하고 신속하게 새 지도부를 선출하며 당 조직 재편에 나설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는 권영세, 윤영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이어진 전국 선거 연패의 늪을 탈출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민심이 야권으로 돌아선 만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내년 대선 경쟁에서 우의를 점할 여지가 크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된 국민의당과의 야권 대통합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패배할 경우 그 충격은 민주당 보다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총선 대패 이후 비대위체제에서 임한 선거에서 또다시 지게 되면 야권 전체 무기력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 밖의 인사인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도 뜨거워질 수 있다.
국민의힘 차원에서는 재보선 후 임기가 끝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당을 떠나면서 당내 혼란을 추스리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마저 지게 된다면 당 해체 수순까지도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3지대 구성도 관심 포인트다. 정치권은 재보선 이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제3당의 출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당이 등장하고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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