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9년 10월 국민은행이 문을 연 'KB 인사이트(InsightT)' 지점이 은행 내·외부 디지털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내부 팀을 빠르게 연결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테크 데스크이자 은행 내부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 시도를 실제 업무 현장에 적용해보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국내외 은행권에서 전무후무한 시도인 만큼 추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KB 인사이트 지점은 개설 약 1년 6개월 만에 핀테크·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에서 82개 사업제안서를 접수했다. 지점 개설 후 4개월 만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지면서 전체적으로 지점 방문객이 줄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속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KB스타터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별개로 인사이트 지점은 은행의 높은 문턱을 대폭 낮춰주는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인사이트 지점이 외부 스타트업의 기술·서비스 제안서를 접수하고 담당 부서와 연결해주면 30일 안으로 검토 결과를 회신해준다. 이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나 추가로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해 소통할 수 있다.
인사이트 지점은 올해 가시적인 협업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기술검증(PoC) 중이거나 완료한 제안모델이 10개이고 이 중 일부 비즈니스 모델을 선정해 사업협력, 투자 등을 검토 중이다.
PoC를 거친 제안모델은 다양하다. 핀테크 기업의 내부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비재무정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하는 웹 크롤링 기술, 복잡한 은행 내부 서식과 필기체를 높은 완성도로 인식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테스트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이 포함됐다.
방기석 KB인사이트 지점장은 “인사이트 지점에 기술·서비스를 제안한 스타트업 중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된 곳은 KB이노베이션허브와 공유해 스타터스 선발 시 함께 심사받기도 한다”며 “스타터스 선발 문턱을 넘지 못한 곳도 있지만 KB금융의 다양한 기업 지원 서비스를 소개하는 등 스타트업과 인사이트 지점이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지점은 은행 내부 디지털 혁신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완료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 '더케이 프로젝트' 당시 본사와 지점 시스템이 순조롭게 가동하는지 필드에서 테스트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산센터와 본사에서 이상 없이 시스템이 가동해도 각 지점이나 모바일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오류를 인사이트 지점이 사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이달 초 금소법 시행에 맞춰 내부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관련 사전 테스트를 바로 인사이트 지점이 수행했다. 인사이트 지점 근무자가 모두 테크그룹 소속 IT 인력인 만큼 개발팀과 인사이트 지점이 협업하면서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사안을 개발에 녹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 지점장은 “외부로는 스타트업에 아직 높은 은행 협업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내부에서는 온·오프라인 업무 시스템의 부족한 점을 간파해 더 효율적이고 신뢰성있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구”라며 “앞으로 외부 스타트업과 더 활발하게 소통해 기업과 은행이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표. KB 인사이트 지점에 접수된 스타트업 아이디어 현황 (자료=국민은행)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