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 라인이 멈춰 섰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반도체 공급 대란이 심화한 결과다. 글로벌 반도체 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가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 휴업을 결정한 데 이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휴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오는 10일 특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코나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7~14일 휴업하기로 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도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요타, 폭스바겐,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줄줄이 일부 공장을 닫거나 생산량을 줄인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예측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올 1분기 자동차 생산은 100만대, 2분기에는 무려 160만대 감소가 점쳐진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국산 차량용 반도체 관련 10개 품목을 발굴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뾰족한 해법이 없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세계적 현상인 데다 공장 증설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은 2.3%에 불과하다. 미국 31.4%, 일본 22.4%, 독일 17.7%에 비해 취약하다.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최강이지만 시스템반도체인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뒤져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다품종 소량 생산 품목인 데다 첨단 공정이 아니어서 수익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지난해 발생한 일본과의 소재·부품 전쟁을 교훈 삼아 자동차 반도체 자립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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