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부 남은 1년 향방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민심이 정권심판을 원했다는 것을 방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1·2 도시 서울과 부산을 모두 야당에 내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가 주도하던 당청 관계 변화와 함께, 여당 내 주류인 '친문' 세력과 비주류인 '비문' 세력 간 본격적인 당권 경쟁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 '부동산'이라는 거대 암초를 만났다. 공정이라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을 봐도 민심 이반 속도가 빨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2021년 4월 첫째 주(3월 30일~4월 1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을 보면, 응답자 32%만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사는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 16%·표본오차 ±3.1%포인트·신뢰수준 95%였다.
이 같은 결과는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평가는 58%에 달했다. 3월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 폭로 이후 지속적으로 긍정평가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 역시 정부 '부동산 정책'과 '공정'이라는 키워드 아래 치러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조국 사태 때부터 이어져 온 여권의 공정 문제가 LH 사태로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인과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은 정권 실책을 집중 공략하며 유권자 표심을 자극했다. 여당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선거가 여당 소속 서울·부산시장의 성비위 논란으로 불거진 만큼 이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도 집중했다지만 역부족이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신중한 모습이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보궐선거 결과를 민심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2050 등 현 정부 임기 내 추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국정운영 동력 상실도 불가피하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도 바뀔지 주목된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지도부 차원에서 대출규제 완화카드를 내민 상태다. 180석 거대 여당이 뒤를 받치는 주요 법안 처리도 늦어질 수 있다. 당청 관계 주도권도 청와대에서 당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의 일환으로 흘러갔다. 청와대의 당 장악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까지 선언하면서 남북관계는 꼬일대로 꼬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부산의 수장이 모두 야당으로 바뀌면서 남은 1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현 상태에서 진전되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높다.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전망도 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당내, 또는 유력 차기 대권후보들에게서 아직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만큼,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후보들이 나올 수 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여당 내에서 대통령 의중에 반하는 메시지를 내는 차기 대권후보가 나올 경우 현 정부 레임덕이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개각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권 도전 선언과 선거 패배 책임론이 추가 개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선과 함께 일부 부처 장관도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따라 개각 폭과 방향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차기 국무총리에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주 전 무역협회 회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