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4·7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에 '자만 경계령'을 내리고 떠났다. 당이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떠난 당대표 자리를 두고 이제 치열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새 지도부는 지금의 승기를 몰아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이끌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8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주신 값진 승리이고, 현 정부와 위정자에 대한 분노, 심판 담긴 결과”라며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봤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을 생각이 없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 부리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목을 받았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로 떠오르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정치력은, 오세훈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김 위원장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국민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며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달라”고 조언했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권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동시에 내년 대선을 목표로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영남권, 대구·경북(TK)당이라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결국 차기 지도부에는 영남권은 가급적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주호영 원내대표는 잔여임기 동안 비상대책위원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전당대회 방식과 시기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대표 단일 지도체제와, 권한을 나누는 집단 지도체제로 바꿀지 쟁점이다. 또 야권발 정계 개편에도 나설지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함께 이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논의도 풀어야 할 과제다. 또 현재 제도권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결합도 남겨진 과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