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회·과학·수학의 검정체제 전환으로 교육의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 학교, 기업이 서로 협력해 교육 콘텐츠를 보다 유연하게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김홍구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선 지식 전달 중심 교과서 자체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능력이나 지식을 발빠르게 교과서에 적용하기에는 현재의 교과서 개발체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의 질과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도서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과서가 국정→검정→인정→자유발행제로 변화를 추구하나 제도나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개선이 요구된다.
김 이사장은 “검정제는 검정에 합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준이 까다롭고 제약이 심하다”면서 “탈락할 경우에 교과서 발행업체들이 최소 수십억원의 투자비용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기대만큼 다양한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1차 탈락에 대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선례 등도 업체에 지나친 부담으로 돌아갔다. 결국 경직된 교재 개발 구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김 이사장은 교과서 제도가 자율화, 유연성을 지향하는 만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 자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 검정 과정에서 출판사(교과서발행사)와 교사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장에서 교과서를 가지고 직접 수업하는 교사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 보완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유연한 교과서 시대에 맞춘 제도와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기 위해선 교사들이 교과 내용을 재구성하고 학습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원격수업에서 교과서 이외에 멀티미디어 자료나 공유 사이트 등이 수업에 널리 활용된 사례를 지적했다. 문제는 서책형 수업의 보완 역할을 하기엔 현재의 디지털 교과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디지털 환경이 구축된 일부 선도학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서책과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 이사장은 “교사가 수업에서 직접 제작한 학습 자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디지털교과서가 서책형 교과서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현재의 정부 주도가 아닌 학교, 민간 주도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저작권 대응, 교사 연수 및 매뉴얼 제작과 새로운 교과서 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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