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이 혈관 내 동맥류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김준원 기계공학과 교수와 임종경 박사, 차형준 화학공학과 교수, 통합과정 최근호씨 연구팀이 코일 색전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인 구조로 인체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새로운 생체친화 색전술용 소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뇌 속 혈관이 터지게 되면 약 30%가 그 자리에서 죽기도 해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포스텍이 개발한 기술은 혈관 내에서 동맥류를 새로운 방법으로 채워 시한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최근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뇌동맥류의 조기 발견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의 치료 방법은 해당 부위가 터지기 전에 백금 코일로 동맥류를 메워서 내부 혈류의 방향과 압력을 낮추는 코일 색전술이다. 하지만 코일 색전술은 수술 한 번에 동맥류 크기에 따라 다수의 백금 코일(개당 약 60만 원)이 사용돼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뿐만 아니라 미세 스프링 구조의 코일 특성 때문에 수술할 때 동맥류가 터지거나 동맥류 내부가 완전하게 메워지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수술 후에는 불완전한 채움도의 영향으로 코일의 재압축이 발생하여 해당 코일이 환부에서 이탈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온도, pH, 빛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하이드로젤2)은 부드러운 기계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동맥류를 높은 비율로 채울 수 있는 색전 물질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중에서 광(光)가교성 하이드로젤은 시공간적 제어가 쉬워 색전술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실제 활용에는 제한적이다. 게다가 개발되고 있는 동맥류 색전술용 소재들은 생리활성 기능이 없고 생체친화적이지 않은 합성물질 기반의 고농도 하이드로젤을 사용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독성이 있거나 심한 팽윤이 발생하여 동맥류 파열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가 있어 실제 상용화가 된 것은 지금까지는 없다. 또 기존 수술 방법으로는 구불구불한 기하학적 구조와 높은 흡광도를 갖는 혈관 내 환경에서 빛을 이용해 하이드로젤을 생산·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임상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
공동연구팀은 새로운 동맥류 색전술용 소재로 '이중가교'가 가능한 해조류 유래 '알지네이트' 기반 하이드로젤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 색전 소재는 인체에 무해한 가시광선 조사에 의한 빠른 공유 가교와 혈액에 존재하는 칼슘이온을 사용한 이온 가교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는 자연 유래 생체물질로서 매우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지닌다. 또 인체에는 분해되지 않고 이중가교 덕분에 하이드로젤이 팽창하는 현상 없이 구조적인 안정성을 가진다. CT나 MRI를 통해 적용된 색전 소재를 장기간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김준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광섬유가 통합된 미세유체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구불구불한 기하학적 구조와 높은 흡광도를 포함하는 극한의 혈관 내 환경에서 광경화성 하이드로젤을 미세섬유 형태로 안정적으로 생산, 제어할 수 있는 신개념 수술기기이다.
미세유체 장치에서 생산·제어된 이중가교 알지네이트 하이드로젤 미세섬유는 동맥류를 안전하고 균일하게 채울 수 있다. 이때 미세섬유는 서로 얽혀 덩어리를 형성해 동맥류로 들어가는 유체 흐름을 차단하고 수술 후 맥동 환경에서도 해리되는 것 없이 구조적인 형태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해 동맥류 내부 압력의 재상승 혹은 파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차형준 교수는 “자연 유래 생체물질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인체에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생체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색전술용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향후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를 타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중견연구 사업,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뒤표지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