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000년에 전차를 앞세운 아리안족이 등장했을 때 농경 생활을 하던 문명인은 지배력을 잃어 갔다. 철제 무기 발달에 따라 전차는 고대 유라시아 대륙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로마, 페르시아, 진나라 등 대제국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르네상스 이후 과학 발전과 바닷길 개척을 통한 해양 제국의 등장 이전까지 인류 역사 발전에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20세기 현대 컴퓨터 원형인 튜링 머신 고안에서 시작해 가속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은 또 다른 세상인 사이버 세계를 열었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사이버 세계는 인류에게 필수가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라는 무기를 장착한 새로운 집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세일즈포스닷컴, 알리바바 등이 일례다. 각종 데이터를 경제적으로 생산·유통할 수 있는 기업의 등장은 미래 인류에게 데이터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가치 창출 원동력은 데이터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는 모두 데이터와 관련된 기술이다.
AI 기술 발달로 빅데이터 분석이 용이해졌으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급격하게 향상됐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교한 의사 결정과 프로세스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IoT 기술 발전은 기계로 하여금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게 하고 데이터를 통한 기계와 기계 간, 기계와 사람 간 소통을 더욱 활발하게 했다. 클라우드는 컴퓨팅 파워 공유를 통해 누구라도 빅데이터와 다양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에 쉽게 접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는 눈부신 기술 발전과 더불어 과거 이력의 단순 보관이나 현상 요약을 용이하게 해 주는 수단만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데이터는 기업 혁신과 성장을 위한 이동·전투 수단이며, 함께 호흡하고 움직여야 하는 가치 창출 원동력이다.
데이터 기반 혁신은 효율성을 높이고 예측을 통한 비용 최적화가 필요한 전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 활용에 선도적인 제조기업은 기업 간접비에 관한 지출 분석을 자동화함으로써 효율화하고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텍스트로 기입된 기업 간접비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서 분류·집계하는 수작업의 필요성이 없어졌고, 사람의 오류도 제거한다.
설비 자재에 대해서는 AI 예측에 기반을 둔 적정 재고 산출과 발주를 자동으로 실행함으로써 재고 감축은 물론 업무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기계학습 기술로 설비 자재 데이터를 표준화, 중복 자재를 확인한다. 불출·입고 데이터 분석과 불출 계획을 반영해 소요 예측과 리드타임을 고려한 운영 재고와 안전 재고 수준을 예측하는 기업도 있다.
AI 기반 출하처 수요 예측과 일별 적정 재고량 자동 산출을 통해 원료 배급과 물류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기도 한다. 과거 수요 데이터, 기온, 탱크로리 크기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하량을 예측한다.
데이터의 경제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데이터 지능화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 경제 시스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기원전 3000년께 인류가 처음 말을 사육할 때 말은 단지 고기와 우유를 제공하는 가축일 뿐이었다. 아리안족은 말을 이동과 전투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욱 신속한 이동과 제어를 위해 말에 말발굽을 채우고, 재갈을 물리며, 전차를 끌게 했다. 이후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말 등에 안장을 장착하고, 그 위에 올라타 이동과 전투 승리를 위한 핵심 전력으로 말을 활용했다.
대한민국 기업이 야생의 데이터를 누구보다 잘 다루고 길들여서 활용하며, 그 위에 올라타 데이터 경제 시대에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며 누비는 멋진 장면을 생각해 본다.
송재민 엠로 대표 jsong@emr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