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준호 ETRI 언어지능연구실 책임연구원 “토론 AI 발전 눈부셔...우리도 뒤따라야”

임준호 ETRI 언어지능연구실 책임연구원
임준호 ETRI 언어지능연구실 책임연구원

“사람과 토론하는 인공지능(AI)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는 이미 사람과 비등한 수준으로 의견을 개진할 정도로 발전해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관련 연구에 힘써 경쟁 기반을 갖춰야 할 때 입니다.”

지난달 미국 IBM AI리서치 연구팀은 개발 중인 토론 AI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분석을 네이처에서 공개했다.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지난 2019년 유치원 보조금 지원을 주제로 열린 공개 토론에 참여해 인간에게 졌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IBM 연구팀은 기술력을 더욱 높였고 이미 AI '왓슨'을 개발한 전력의 IBM 행보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국산 언어분석 AI '엑소브레인'을 개발한 임준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언어지능연구실 책임연구원에게 토론 AI 개발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임 연구원은 “프로젝트 디베이터 성과는 향후 AI 영역을 보다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토론하는 AI' 연구는 단순 토론 기술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높은 수준으로 토론하려면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 특정 주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찾고 정보의 참과 거짓을 가려낸 뒤, 이를 엮어 완결된 주장을 내세워야 한다. AI가 이런 역량을 갖추면 많은 사람의 지식 노동을 경감하고 새로운 영역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M이 프로젝트 디베이터 연구에 매진하는 배경이다.

그는 “토론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는 정보 취사선택, 목적에 맞는 논리 구성 능력”이라며 “우리가 행하는 다양한 지식 노동을 덜어주는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계도 지적했다. 아직 완전히 사람과 같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여전히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임 연구원은 “귀납적, 연역적 사고에 모두 강한 사람과 달리 토론 AI는 아직까지 연역적 사고나 추리에는 약한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수준으로도 심층 질의응답은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지적 노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검색 기능의 경우 단순히 같은 단어만 무작위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의도에 맞춰서 정보를 선별 검색한다.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토론 AI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TRI는 엑소브레인을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법률 분야 심층 질의응답 시스템을 개발해 국회도서관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프로그램 내 지식검색에도 이 기술을 적용했다. 토론 AI 기술을 축적하면 이 같은 활동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임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술력에 탄탄한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수년 내 프로젝트 디베이터 수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관련 과제를 준비 중인데, 이러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해지면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