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울산공장을 완전순환경제의 전초기지로 바꾼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해중합(BHET·고분자를 원료 물질로 전환하는 과정) 공장을 건설하며 재활용 페트(C-rPET)를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은 맥주페트와 화장품 용기 등 유색 폐페트는 물론 폐의류까지 분해해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투명 페트를 조각 내 원료로 사용하는 기계적 재활용(M-rPET)을 한단계 넘어선 기술이다.
롯데케미칼이 생산 예정인 C-rPET는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로 만든다.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정제한 원료 물질을 다시 중합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C-rPET가 만들어진다. 기존에 기계적으로 재활용하기 어렵던 유색 및 저품질 폐페트를 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재활용에도 품질 저하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임오훈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총괄공장장은 “옷이나 유색 페트 등을 잘게 잘라서 용해하고 색깔 원료를 분리하는 해중합 기술이 고난도”라며 “이 과정을 거처 생산하는 C-rPET는 식음료 용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수차례 재활용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완전재순환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울산 2공장에는 기존 페트생산설비 인근에 해중합 공장과 유색폐페트 세척 등 전처리를 하기 위한 공정이 들어설 부지 기초작업이 진행돼있었다. 롯데케미칼은 이곳에 국내 최초로 폐페트 조각을 연간 5만톤까지 처리할 수 있는 해중합 공장을 신설하고, 11만톤 규모의 C-rPET 생산설비를 2024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임 총괄공장장은 “2024년 이후 해중합 및 C-rPET공장의 신증설을 통해 C-rPET 사업을 26만톤으로 확장하고, 2030년까지 연간 34만톤 규모의 기존 울산 페트공장을 전량 C-rPET으로 전환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페트 생산 능력·시장 점유율 1위 롯데케미칼은 국내를 넘어 해외 주요 국가들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가중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완전순환경제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추세에 적극 대응해 사업구조 변화와 더불어 친환경 플랫폼 조기 구축으로 시장 선점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
“롯데케미칼이 추구하는 방향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잘하는 것에, 사회적 가치를 더해 더욱 확장해 나가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역할입니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는 울산공장의 친환경 업그레이드 당위성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유럽 등 선진국은 재활용플라스틱 사용 의무와 부담을 높이고 있어 향후 C-rPET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C-rPET 상용화에 성공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또 “롯데케미칼은 C-rPET 생산 계획 외에도 재활용폴리프로필렌(PCR-PP), 바이오페트, 플라스틱리사이클 사업 추가확대 등 친환경 사업영역을 본격 확장할 예정”이라며 “최근 여수 공장에 설치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실증설비도 성능이 입증되면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협력·추진중인 에너지효율화 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품 생산과정의 친환경화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에너지효율화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도 전사적으로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황 대표는 내비쳤다.
울산=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