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2.0' 시대를 열자] <상>가열되는 배터리 주도권 전쟁

배터리, 전기차 성장 속도 못 따라가
수급난 지속에 완성차 자립 선언 잇따라
국내외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 급선무
과감한 투자로 미래시장 선점 나서야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 급성장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놓고 미국, 유럽이 패권 경쟁에 가세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으로 대표되는 'K-배터리' 산업계가 변곡점에 섰다. K-배터리 산업계는 해외 공장 건설과 함께 새로운 경쟁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최근 국내 업체들 간 장기 소송전이 일단락된 만큼 차세대 연구개발(R&D)과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고도화 등을 통해 'K-배터리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은 3회에 걸쳐 K-배터리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전년보다 80% 급증한 236GWh(기가와트시)로 전망된다. 또 2025년에는 896GWh로 성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각각 155GWh, 50GWh, 40GWh에 달한다. 또 2025년까지 각사는 약 300GWh, 100GWh, 125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보고있다<사진=삼성SDI>
삼성SDI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보고있다<사진=삼성SDI>

K-배터리 3사는 중국 CATL, 비야디(BYD),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 가운데 증설 투자를 가장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테슬라가 '배터리 자립'을 선언한 배경이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량이 수요를 쫓아오지 못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독자 규격 각형 배터리를,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를 독자 규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유럽과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을 마련하기 위해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CATL은 유럽에 첫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해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에 발맞춰 배터리 생산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중심 축이 K-배터리 3사에서 중국, 일본 혹은 유럽, 미국 업체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3사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응해 시설 투자 및 기술 투자에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의 생산능력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배터리 3사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투자 전략을 깨고 배터리 수주에 앞서 공장을 짓는 '선(先)증설 후(後)수주' 전략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국내 3사와 협력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들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들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 배터리 생산능력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 투자를 최대한 앞당겨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투자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빅3에 들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증설 투자는 경계해야 하지만, 배터리 시장 성장과 사용량 증가를 감안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 업계가 미국과 유럽 완성차 등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한 배터리 관련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