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달 미국 시장에서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파격 프로모션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올해 1분기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탄 미국 시장에서 상위 브랜드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첫 픽업트럭과 전용 전기차 등 대어급 신차 출시도 앞둬 현대차·기아는 미국 진출 이래 사상 첫 월간 판매 15만대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달부터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쏘나타, 투싼 등 2020년형과 2021년형 20여개 주요 차종에 대한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추가 할인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다 판매 실적을 경신한 상황이어서 이번 파격 프로모션은 이례적이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연말·연초에 3~4개 일부 차종의 재고 소진을 위해 무이자 할부를 진행했다. 그러나 1~2개 차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차종에 대한 파격 무이자 할부와 추가 할인 프로모션은 현지 진출 이래 처음이다.
이달 가장 높은 할인 폭을 제시한 차종은 부분변경을 앞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준중형 SUV 투싼이다. 이들 두 차종을 구매하면 최대 3500달러(약 394만원)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60개월 무이자 할부는 물론 구매 후 첫 90일 동안 할부금 지급을 유예한다. 여기에 1500달러(169만원)의 추가 할인도 제공한다.
나머지 대다수 차종도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대상 차종은 코나 일렉트릭, 싼타페, 베뉴, 엘란트라 GT, 아이오닉 일렉트릭, 벨로스터 N 등이다. 2020년형 재고는 물론 2021년형 신차에도 같은 혜택을 준다. 엑센트와 팰리세이드를 제외한 모든 차종이 무이자 할부 대상이다. 기아는 쏘울, 니로 등 4개 차종에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올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최다 판매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현지 시장 진출 35년 만에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3월 7만8409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7.3% 성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줄어든 기저효과가 있지만 현지 시장의 회복세가 평균 10%에 그친 것과 비교, 유독 빠른 성장세다.
현대차 깜짝 실적은 SUV와 제네시스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투싼과 싼타페 등 현대차 SUV는 5만1116대가 팔려 지난해 동기 대비 141.1% 증가했다. G80과 GV80 등 제네시스도 3006대를 판매, 210.2% 성장했다.
기아도 판매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6만652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5%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지난달 미국 누적 판매는 총 14만4932대로 77.8% 증가했다. 이달 프로모션을 대폭 강화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첫 미국 월간 판매 15만대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어급 신차 투입도 올해 미국 실적 전망을 밝게 한다. 현대차는 SUV와 제네시스 외에도 첫 픽업트럭, 전용 전기차를 미국에 투입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첫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오는 15일 공개한다. 올 하반기에는 전용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1분기 판매 성장률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내 다른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파격 프로모션에 신차 효과가 더해지면 월 15만대 판매 신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