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자율운항 선박 기술 실증에 돌입했다.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력을 빠르게 제고, 자율운항 선박 시대를 열지 주목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자율운항 시험선 제작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자율운항 시험선이 건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험선은 전장 약 25.3m, 폭 5.4m다. 소형 선박 규모다. 주된 목적은 자율운항 기술실증이다. 대형 선박 대비 크기를 축소해 일반 운항 성능 등만 확인하는 모형선과 대비된다.
시험선은 실제 선박과 모든 부분에서 사실상 동일하게 제작된다. 표준 시방 규정 및 관련 법규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4행정 과급기 붙이 디젤기관과 고청피치 프로펠러 2기 등 추진기를 탑재한다. 시운전을 거쳐 속력과 선회, 전진, 주기관 시동, 연료소비량, 항해기기 작동, 발전기 부하 등 모든 시험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승무원 4명과 연구원 6명 등 총 10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시험선 제작은 자율운항 선박 기술력을 제고할 첫 단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적용, 바다에 띄워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운항 시스템 핵심 기술은 크게 다중 센서 인지와 위험 회피, 최적 대응 판단, 최적 항로 및 운용 상태 계산, 통합 제어 등이다. 예를 들어 선박이 라이다(LiDAR) 및 카메라로 장애물을 탐지하고 충돌 상황 등을 예측,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운항 상항과 장비 및 시스템 상황에 따라 항로를 재계산하고 엔진 등 모든 장비와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통합 제어해야 한다. 도선사 도움 없이도 자동 접·이안하고 육상 인프라 등과 통신도 원활해야 한다.
우리나라 자율운항 선박 기술력은 경쟁국 대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노르웨이 콩스버그의 경우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 자율운항이 가능한 100TEU급 소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전폭 지원한다. 광동성 주하이에 아시아 최초 세계 최대 면적 자율운항 선박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올해 안에 시험선을 건조하고, 자율운항 선박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힌다는 목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통합사업단을 발족하고 2025년까지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에 6년 간 약 1600억원을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시험선은 자율운항 선박 장비나 기술, 자율운항 알고리즘 등 성능 평가와 인증을 위해 국내 최초 제작하는 것이 맞다”면서 “자율항해 기술과 상황 인식, 충돌 회피, 성능 모니터링, 기관실 제어, 사이버 보안, 에너지 관제 등 핵심 기술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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