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가 이어지면서 '집콕'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에 집중하게 됐고, 그만큼 늘어난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어 주는 가전에 대한 수요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에 부는 로봇청소기 열풍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로봇청소기는 일반 청소기 시장에 비해 아직 크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실제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20억달러(약 2조2632억원)에서 오는 2027년 34억달러(3조8474억원)로의 성장이 전망된다. 미국의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5억4300만달러(6144억원)로 추산된다. 중국 시장은 2020년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12% 성장, 2027년에는 7억7500만달러(8769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2008년 기준 판매 대수가 3만여대에 불과했지만 2020년 30만대로 약 10배 증가했다. 올해는 35만대를 넘어서며 고속 성장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청소기 시장 성장세는 1인 가구 증가, 반려동물 가구 증가 등 국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여기에 좌식 문화가 보편화된 한국인 특성상 바닥을 깔끔하게 유지하려는 습관도 한몫했다. 여러 기업이 국내 가정용 로봇청소기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로봇청소기 등장은 혁신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 대신 청소해 준다 해도 청소기 성능이 그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로봇청소기는 '로봇'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각종 IT 가전 기술력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의 모양, 삶의 방식이 다양화되고 실내 공간의 쓰임새가 넓어지면서 로봇청소기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성능 가전으로 진화해 왔다.
가정용 로봇청소기가 처음 상용화된 2000년대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과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 시선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로봇청소기는 정해진 동선 없이 랜덤으로 주행하면서 장애물을 만나면 정해진 각도로 방향을 회전해서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됐다. 같은 공간을 반복 청소하거나 청소하지 못하는 공간이 많이 발생하는 등 비효율적 부분도 컸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2016년을 기점으로 로봇청소기는 실내환경 사용에 최적화된 위치 인식 기술과 LDS(Laser Distance Sensor) 등 고도화 기술을 탑재하면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스마트한 기능을 더했다. 특히 '라이다 센서'라고도 불리는 LDS는 기존 랜덤 방식으로 주행하던 로봇청소기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LDS는 실내 공간을 3차원으로 매핑하고 지그재그로 주행하면서 이동한 경로의 정보를 기억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청소 영역을 줄이는 등 청소 효율성을 크게 높여 준다.
다만 매핑 방식도 장애물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특정 영역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로보락에서는 초정밀 LDS는 물론 전면에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간 내 일정 크기 이상의 모든 장애물을 인식해서 최적의 경로로 주행하는 한편 여러 층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층별로 접근금지 구역, 가상 벽, 걸레질 금지구역 등 세부 설정도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이처럼 로봇청소기가 처음 등장해서 20여년이 흘러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기까지 기술력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앞으로도 로봇청소기 기능은 사물인터넷(IoT), AI 기술 발달에 힘입어 더욱 진화할 것이다. 나아가 로봇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우리 삶의 질을 더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력은 어디까지나 사람과 공간 이해에서 출발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면밀히 대응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기술 혁신의 본질이다.
이경원 로보락코리아 마케팅 총괄이사 kyungwonlee@robor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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