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데이터센터 과밀화'..."전력수급 대책 필요"

공공·민간 센터 10개 중 6개 꼴로
시장 커지고 특정지역 쏠림 더해
업계, 수 년 내 전력수급 문제 지적
"지역 현황 파악해 선제 대응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디지털 전환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과밀집으로 인한 안정적 전력 공급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추세라면 3년 안에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에 비해 갑절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특정 지역 밀집 현상이 더해지면 해당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역별 데이터센터 설립 현황·계획 등을 파악해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데이터센터 계통영향평가제도 도입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면서 몇 년 안에 전력 수급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전력공사도 최근 데이터센터 업계와 전력 사용량 증가 상황 및 전망을 공유하고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조사 결과 오는 2024년까지 민간 데이터센터 24개가 신규 설립된다. 조사·계획 단계 데이터센터(19개)까지 합하면 40개 넘게 새롭게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데이터센터의 정보기술(IT) 전력 소비량은 2024년 902㎿로, 지난해(398㎿)에 비해 약 2.2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서버·스토리지 등 IT 설비에 관한 것으로, 냉동·공조 등 비IT 설비 전력량을 감안하면 30~40% 추가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전력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공공·민간, 2019년 기준) 가운데 60.1%가 서울(34.2%)과 경기(21.5%)에 집중돼 있다. 민간 데이터센터만 놓고 볼 때 10개 가운데 7개(74.4%)가 서울(42.2%)과 경기(27.8%) 지역에 몰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때 근접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몰리는 것”이라면서 “현재 추가 데이터센터 설립을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곳도 대부분 과천, 안양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권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부지 선정부터 최종 설립까지 2∼3년이 걸린다. 데이터센터의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 향후 몇 년 안에 전력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일본도 도쿄와 오사카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이를 분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 속에 데이터센터 현황과 지방 분산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전도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밀집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협의는 아니지만 업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다만 사회적 갈등을 수반하는 신규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은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경남 밀양시의 765㎸ 고압 송전선·송전탑 건설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은 이후 송전선로나 변전소 추가 건설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을 두고 강원 횡성군과 홍천군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데이터센터 등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을 놓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발표 예정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에서 데이터센터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시설에 대해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송전선로 건설은 사회적 갈등 등 우려할 요소가 있다”면서 “계통영향평가제도를 시행하면 계통 연결이 가능한 곳에서만 데이터센터 등을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는 추가로 송전선로나 변전소 등을 구축하지 않으면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분산도 한 방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로 송전선로를 짓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후보지로 전력 수요가 적은 지역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